“지찬이 형 부상 속상해, 빨리 나았으면…” 홈런에도 낙마한 선배 걱정 먼저, 윤동희의 뜨거운 '동료애'
[OSEN=고척, 이후광 기자] 윤동희(롯데 자이언츠)가 프리미어12 대표팀 첫 홈런포의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부상 낙마한 외야수 선배를 먼저 걱정하는 뜨거운 동료애를 드러냈다.
윤동희는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24 프리미어12 대비 2차 평가전에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2사구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평가전 2연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0-0으로 맞선 2회초였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윤동희는 쿠바의 바뀐 투수 우완 라이몬드 피게레도를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윤동희는 볼 2개를 침착하게 지켜본 뒤 볼카운트 2B-0S에서 피게레도의 3구째 몸쪽 높은 직구(147km)를 제대로 공략해 비거리 122m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첫 홈런을 신고한 순간이었다. 전날 1차 평가전에서 장타가 1개뿐이었던 대표팀은 2차전을 맞아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윤동희의 출루는 계속됐다.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1루에서 침착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냈고, 4-2로 리드한 7회초 1사 3루에서 사구, 6-3으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에서 또 사구로 4출루를 달성했다. 윤동희는 마지막 사구 때 고통을 호소하며 대주자 김휘집과 교체됐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마무리캠프를 하다가 대표팀에 합류해서 실전 경기 적응이 필요했다. 1차 평가전을 통해 나온 피드백을 바탕으로 오늘은 직구 타이밍에 초점을 맞췄는데 홈런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빠른 공이 앞에서 잘 맞았다”라고 흡족해했다.
정규시즌 때의 타격감을 찾았냐는 질문에는 “아직 감이 좋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한 달 정도 공백기가 있어서 첫 경기는 적응이 안 됐다. 타이밍도 안 맞았고 내 존도 안 잡혔다. 1차 평가전을 통해 문제점 파악했고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왼쪽 손등과 오른쪽 전완근에 한 차례씩 사구를 맞은 윤동희. 맞은 부위는 괜찮을까. 류중일 감독은 “혹시 실금이 갔을지도 몰라 병원 검진을 해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윤동희는 “처음에는 보호대를 스쳤고, 두 번째는 보호대 없는 곳을 맞았는데 상태는 괜찮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다만 윤동희는 이날 첫 홈런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할 순 없었다. 2차 평가전을 앞두고 외야수 2년 선배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이 발목 부상으로 낙마한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발목을 다쳤는데 검진 결과 전치 3~4주 진단이 나왔다. 오늘 오전 만났을 때 물어보니 많이 불편하다고 하더라. 아쉽게 탈락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윤동희 또한 “같은 선수로서 부상을 당해 함께 갈 수 없어 속상하다. (김)지찬이 형이 빨리 나아서 내년 시즌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이제 남은 사람들이 대만으로 가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만 책임감이 부담스럽진 않다. 나 말고도 외야수 3명이 있으니 잘 지켜봐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2년 롯데 2차 3라운드 24순위 지명된 윤동희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이의리(KIA 타이거즈)의 대체선수로 극적 승선해 6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 OPS 1.196 맹타를 휘두르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동희는 이에 힘입어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도 승선, 한국 외야를 책임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국제대회에 강한 비결도 들을 수 있었다. 윤동희는 “처음 보는 투수일수록 과감하게 치려고 한다. 상대 전력분석자료 및 정보는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카운트가 투수 쪽으로 유리하게 가면 더더욱 칠 수 없다. 그래서 초구를 칠 수 있게끔 초점을 맞춘다”라고 밝혔다.
쿠바를 이틀 연속 대파했지만, 방심은 없다. 오는 14일 쿠바와 본선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윤동희는 “쿠바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 다들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2경기 다 이겼지만 국제대회 가면 야구는 모른다. 대비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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