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직원들은 '당근 동네'에서 일해요[왓츠인마이오피스]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유준상 인턴기자 2024. 11. 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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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왓츠인마이오피스(What's in My Office)?"
한 기업의 '공간'을 보면, '경영 철학'과 '정체성'이 보입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곳에서 일할까요? 과연 이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IT커머스팀이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의 '오피스(office)'를 털어봅니다. 사옥을 거닐며 느껴본 사내 문화와 분위기도 가감 없이 풀어드립니다. 살포시 '자랑'이 가미된 사내 홍보맨의 얘기도 직접 들어봤습니다.
유준상 인턴기자 제작
▶ 글 싣는 순서
①네이버 사옥을 털어봤다…로봇 '실존'
②"라이언·춘식이가 살아요" 카카오 사옥은 지금
③당근 직원들은 '당근 동네'에서 일해요
(계속)

"혹시 당근이세요?"

지하철역 근처 낯선 두 사람. 머뭇대다 '당근'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물건을 주고 받은 뒤 쿨하게 헤어지죠. 어디선가 많이 본 나와 당신의 모습인가요?

당근은 직거래를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대표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는데요. K-스타트업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당근을 찾게 만든 플랫폼. 당근 직원들이 일하는 곳에 찾아갔습니다.

①당근이 먹고 자란 건? 지역 기반의 '신뢰'

2030세대들은 당근을 신뢰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라고 인식했습니다. 23살 대학생 표상현 씨는 "주로 의류를 중고로 거래하는데,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 비해 신뢰가 간다"며 "거래자가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점이 신뢰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20대 조현진 씨는 "이름이 당근이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가 있고,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보다 앱 사용이 편리해서 자주 이용한다"고 당근의 편의성을 칭찬했습니다.

실제로 중고거래 시장에서 당근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신뢰'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중고거래=중고나라'였던 시대가 있었는데도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든 거죠. 사실 당근의 처음 시작은 '판교장터'였다고 합니다. 김용현 창업자가 회사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끼리 중고거래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겁니다. 직장 내 명성이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중고 물건의 가격도 상태도 서로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거래하는 걸 보고, 지역으로 확장해도 이런 특징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봤고요. 그 예측은 적중했습니다.

현재 당근은 중고거래 앱 이용자 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당근의 6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1733만4000명으로, 2위 번개장터와는 1452만5000명의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MAU로 보면 2020년 500만 명이었는데, 약 3배 가까이 성장세를 기록한 거죠.

당근 사옥 회의실 이름. 당근 제공. 최원철 기자 편집

②본격 사옥털이! 당근 오피스, "What's in My Office"

#당근 회사 안에 피시방, 볼링장, 노래방이 있는 이유?

당근 사옥은 강남 한 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처음으로 보게 되는 건 넓은 라운지, 그리고 거기서 손을 흔들고 있는 '당근이'입니다. 당근이가 서 있는 라운지 양편으로 사무실 공간이 있습니다. 당근 사무실은 매 층이 이렇게 라운지를 기준으로 두 개의 동으로 구분돼 있는데요. 이때! 바쁜 직원들을 위해 회사가 비치해 놓은 비장의 무기, 킥보드가 있습니다. A동과 B동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고 싶은 직원을 위한 회사의 깨알 배려랄까요?

라운지를 지나 회의실로 갔더니, 생소한 이름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노래방, 피시방, 볼링장… 노래 부르는 노래방이냐고 물었죠? 당근 관계자의 대답은 "놉!" 회의실 이름이라고 해요. 2021년 5월 현재 위치로 확장 이전한 당근은 '동네 서비스'라는 당근의 정체성을 인테리어 곳곳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당근 오피스는 각 구역별로 동네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거리' 구역에는 '피시방', '노래방', '볼링장'이 있고요. '오솔길'에 위치한 회의실 이름은 '뒷동산', '공원'. 그루터기'란 이름이 붙었고요. '둘레길'에 위치한 회의실 이름은 '모퉁이집', '찻집', '전망대'가 됐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주민센터' 입니다. 사무용품 데스크는 '문방구', 운동 기구를 갖춘 곳은 '체육관'이고요. 사실 사내 복지를 신경 쓰는 다수의 기업들이 운동 기구를 갖춰놓고 헬스장 등을 꾸며놨잖아요? 당근은 회의실 이름만 바꿔 색다른 느낌을 준 셈입니다.

당근 글로벌 서비스 Karrot. Karrot 인스타그램

#당근 마켓만 아신다고요?

당근은 중고 거래 중심의 '당근 마켓'으로 성장해왔는데요. 지난해 '마켓'을 떼고 '당신 근처'를 뜻하는 '당근'으로 리브랜딩했습니다. 지역·연결·삶 이라는 3가지 핵심 가치에 집중한 지역 밀착(하이퍼로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죠. 중고 거래 뿐 아니라 △동네 가게  △당근 비즈니스 △당근 알바 △중고차 직거래 △부동산 직거래 △당근 페이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요.

해외에서도 당근을 외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 발을 내딛은후 21년부터는 캐나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초기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위주로 오픈했지만 불어권인 퀘벡을 제외하고 현재 캐나다 전역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를 교두보로 북미 진출을 확대하려는 계획입니다.

이같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당근의 인력 구조는 개발 직군이 전체 구성원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에 진심'이었습니다. 구성원 수도 급팽창했습니다. 2015년 처음 시작할 당시 개발자 2명, 기획자 1명 총 3명으로 시작해서 2020년 말 123명, 21년 238명, 22년 348명, 23년 말 402명, 24년 10월 기준 490명이 됐죠. 작년엔 창사 8년 만에 첫 흑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2년 499억원 대비 156% 증가한 12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③당근이 원하는 인재상 있나요?

당근에 관심 있는 분들? 주목! 당근은 자사의 비전인 '지역 커뮤니티'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해요.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연결됐을 때 가치에 대한 애착이 있는 분들을 선발하려고 한다고요. 또 '신뢰와 충돌'이라는 회사의 주요 문화에 맞춰 사용자와 팀을 위한 최선을 결정을 내리기 위해 충돌도 감수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는지도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요.

특히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인재는 더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하길 원하고, 함께 일하는 과정 속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사실 중고나라가 있는데 당근이 잘 될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분들에게 당근의 발전은 놀라움 그 자체일텐데요. 아마도 IT 기술로 '이웃을 연결하겠다는 마음', '동네에 진심'인 구성원들의 공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년 뒤 글로벌 회사가 되길 바란다는 당근, 'K-동네'의 힘을 보여 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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