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수성엔지니어링, 마닐라 교통혁명 향한 질주

마닐라(필리핀)=김노향 2024. 11. 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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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K철도 유라시아를 가다]③222조 인프라 건설, 국토 균형발전 기여
[편집자주] K건설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을 지원 사격하는 데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외교에 이어 원전 재개의 기회가 열린 유럽까지, 최고 선진도시들에 한국 건설기업이 잇따라 깃발을 세웠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쌓아올린 신뢰와 기술력,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K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미래 성장의 기회를 조명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은 국내 설계업체 수성엔지니어링과 조인트벤처를 이뤄 필리핀의 철도 건설사업을 잇따라 수행하고 있다. 메트로마닐라 도시철도 LRT(Light Rail Transit)-2 일부 구간의 개통을 성공시킨 데 이어 동·서쪽 연장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진행중이다. 국가철도공단·수성엔지니어링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철도사업 노선도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마닐라(필리핀)=김노향 기자]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동적인 인구 구조다.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은 1억명의 인구 보유국 필리핀은 4명 중 3명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고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라는 메리트를 가졌다.

섬 지형으로 육상 교통이 취약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인프라 건설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7년 'BBB(Build! Build! Build!) 프로젝트'에 이어 2022년 '빌드 베터 모어(Build Better More) 프로그램'은 정부가 주도한 교통·통신·에너지 등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다. 이 같은 정부 지원으로 필리핀은 국토 불균형과 경제 양극화 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 발 다가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은 국내 설계업체 수성엔지니어링과 조인트벤처를 이뤄 필리핀 메트로마닐라의 철도 건설사업을 잇따라 수행하고 있다. 수성엔지니어링은 메트로마닐라 도시철도 LRT(Light Rail Transit)-2 설계를 맡아 일부 구간의 개통을 성공시킨 데 이어 동·서쪽 연장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진행중인 LRT-2 안티폴로-코게오 연장은 총길이 5.6㎞ 시속 80㎞로 설계하는 프로젝트다. 전 구간 교량과 정거장 3개소를 건설한다. 앞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MRT(Manila Metro Rail Transit)-4 신규 사업의 수주도 기대된다. 수성엔지니어링은 MRT-7 민자 건설사업의 대주단 기술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필리핀에 진출한 수성엔지니어링은 메트로마닐라 만달루용에 위치한 산미겔 본사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10일 만날루용 수성엔지니어링 오피스에서 만난 조재환 부사장(철도기술사)은 "필리핀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사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철도 건설사업은 젊은 인구를 이용한 고용 창출과 나아가 지역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도시철도 코게오 연장 사업 현장 /사진 제공=수성엔지니어링


철도 유지·보수 등 고난도 기술력 해외 기업에 의존


1991년 세방기술단으로 창립해 연매출 1388억원(2023년 기준)의 실적을 보유한 수성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굵직한 철도 건설사업을 통해 쌓아올린 경험으로 필리핀 도시철도의 설계뿐 아니라 시공 감리, 유지·보수 사업 등에 참여했다.

조 부사장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역간 이동과 물류가 쉽지 않고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에 노출도 빈번해 철도 인프라의 유지·보수 관리가 큰 영향을 받는다"며 "그래서 자연재해 대비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강이 많은 필리핀의 지형상 철도 인프라가 매우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이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유지·보수 작업은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필리핀 국영철도 PNR(Philippine National Railways)은 자연재해 영향과 재정 부족 문제로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시간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수성엔지니어링 필리핀 오피스 직원들 /사진=김노향 기자
필리핀 정부는 인프라 건설을 통해 메트로마닐라의 교통 혼잡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빈곤 문제 해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철도와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시설 투자에 약 8조페소(약 1600억달러) 예산을 계획하고 75개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028년까지 대중교통과 정보기술, 수자원, 전력, 농업 등 194개 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조 부사장은 "필리핀 인프라 건설시장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성엔지니어링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4년부터 정부 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신뢰를 구축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성엔지니어링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차관을 지원할 계획인 '파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섬'(PGN) 연결 교량 사업의 설계에도 참여한다. PGN 프로젝트는 지난 10월7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정부간 협력 프로젝트다.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도시철도 MRT-7 노선도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복잡한 인·허가 절차 난관… "국내 정부 지원 필요"


필리핀 인프라 사업의 인·허가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 철도 건설사업은 설계부터 부지 확보, 착공·완공까지 10년 안팎이 걸리는 게 일반적인데 특히 필리핀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욱 엄격한 규제와 정치 불안으로 인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는 해외 기업들의 사업 수행 과정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윤학선 국가철도공단 글로벌본부장은 "해외사업을 수행중인 국내 기업들의 적지 않은 애로 사항이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사업자간 협력이 더욱 중요하고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사태로 기업들은 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 감소의 위기에도 직면했다. 필리핀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1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3.57%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쌀 가격 상승과 정부의 세금 개혁으로 물가가 5.20% 상승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며 물가 상승률은 5.80%로, 2023년 6.10%로 급등했다.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도시철도 MRT-7 현장 /사진 제공=수성엔지니어링
환율 변동의 리스크도 심한 상황.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지난해 약 46페소 수준에서 올해 중동 리스크와 미국 국채 금리 영향으로 58~59페소까지 상승했다.

조 부사장은 "국제 차관 조건의 변동 리스크가 크고 환율과 이자 변화가 필리핀 정부 예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사업계획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정부가 환 리스크 헤지 방안과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지원을 더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서울의 도시철도 재정 분담률이 40% 이상이고 필리핀은 10%가 채 안된다"며 "공사중인 2개 노선과 개발 예정인 5개 노선의 재정을 발주처가 2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닐라(필리핀)=김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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