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원조국 ‘매독 환자’ 12배 폭증했다는데...한국은 괜찮을까 [한중일 톺아보기]
아사히 신문은 “(매독이) 5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수준으로 유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감염자수가 1만 5000여명으로 10년새 12배나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내 매독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10월 중순까지 전국 지자체별 매독 발생건수를 살펴보면 47개 도도부현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22곳이 지난해 건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도인 도쿄도의 경우 9월에 이미 지난해 역대 최다 발생건수를 웃도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 성매개 감염증 학회 위원장인 미카모 히로시게 아이치 의대 교수는 “예전엔 성적으로 왕성한 이들만 걸린다는 느낌이었다면, 최근엔 배우자 간 감염사례같은 것도 늘었다” 며 “(매독은)이제 흔한 질병이 돼버린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첫째는 매독에 대한 ‘의료진의 경험 부족’ 입니다. 미카모 교수에 따르면 매독은 ‘위장의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며 증상이 있다가도 사라지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미카모 교수는 “예전에는 사례도 적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매독 환자를 접해본 적이 없어 환자가 와도 지나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요새는 학회 등에서 강습회를 통해 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 제대로 진단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한 유명 AV(성인비디오)배우가 매독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다른 병원에서 재검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는 ‘성산업의 변화’ 입니다. 성관련업에 종사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경우 당연히 성병 감염 위험도는 높아집니다. 지난해 일본의 매독 환자 중 여성의 40% 이상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한 적이 있고, 남성도 40%가 넘는 인원이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들은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실시 한다고 하나 한국, 일본처럼 불법인 경우 검사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에 달렸습니다.
2019년 후생노동성이 일본내 성산업 종사자 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독 검사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미카모 교수는 “일본은 근래 점포가 없는 파견형 성매매가 늘었는데, 이것이 검사율 저하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콘돔은 발진 부위를 덮어 성교시 매독균의 전염을 확실히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카모 교수는 “의료 기술 발전으로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가 사실상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되면서 콘돔을 착용하지 않는데 대한 심리적 허들이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한국에 앞서 온라인 진단과 약처방이 가능한 상태 입니다. 병원이나 약국을 안 가고도 손쉽게 온라인으로 경구 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세를 촉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팅 앱은 단시간내 다수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 빠르고 즉흥적이며 일회성의 만남을 부추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이탈리아 파도바 의과대 등의 여러 연구 결과에서 데이팅 앱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고위험 성관계를 가질 위험이 2배, 성병 위험은 2.8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미카모 교수는 “SNS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성병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들이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으면서 병을 옮기는 점이 문제” 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사회현상이 이때 처음 나타난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과 데이팅앱으로 인해 더 유행하게 됐고, 성감염의 경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도쿄에서 성감염병 전문 클리닉을 운영중인 한 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소위 직업 여성들이 가장 많이 내원하지만, 근래 파파카츠를 하는 여성들이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0~40대 일본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12%가 파파카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파파카츠’와 유사한 형태의 ‘조건만남’이란게 존재한다지만, 아직 일본만큼 만연하거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증가율은 여성쪽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고 남성은 20대에서 50대까지 발생건수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 20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는 남성간 매독 감염이 가장 흔해 전체 케이스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이성간 감염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국립감염증 연구소 야마기시 타쿠야 연구원도 “방일객 등 외국인들이 (매독을) 반입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들도 있지만 관계는 불분명하다” 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 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일본내 감염 확산의 주범은 역시 일본인들 일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난해 까지 4급 감염병으로 ‘표본감시 대상’이었던 매독이 올해부터는 ‘3급 감염병’으로 상향 조정돼 ‘전수감시 대상’이 되면서, 모든 의료기관에서 신고가 의무화 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6년째 성감염증 실태를 조사중인 도쿄의료보건대 와타라이 무쓰코 교수에 따르면 감염자와 한 번 관계했을때 매독의 전염률은 30%에 달합니다. 와타라이 교수는 “매독 확산을 막으려면 관련 유흥업 종사자들은 물론, 이용자들도 교육을 통해 위험 행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검사도 받아야만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예방” 이라며 “성매매 하고 관련이 없어도 성별 구분 없이 자신의 건강은 물론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성관계 전에 관련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들어 유흥업 종사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 매독 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본인이 불특정 다수와는 관계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도쿄도는 매독에 대한 대응책으로 신주쿠 등 번화가에 검사·상담실을 설치해 24시간 예약을 받고 있으며 주말에도 익명·무료로 매독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 등 보건 당국도 매독 검사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전국 보건소와 협력하여 무료 검진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 입니다.
한국은 당장 지금은 일본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언제든 그렇개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당국 차원의 대비책 마련은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각별한 주의 환기가 시급해 보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회차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개업하면 뭐하나 2년도 못 버티는데”…‘국민자격증’의 이유 있는 추락 - 매일경제
- 섹시미는 어디 가고…데미 무어 ‘충격적 외모’, 무슨일 있었길래 - 매일경제
- 회사도 직원도 “이러다 다 죽어”…‘무노동 무임금’ 1명당 ‘500만원 손해’ 일으킨 파업 - 매
- “이 가격 실화야?”…경매서 1000만원 낙찰된 ‘단감 2알’ - 매일경제
- [단독] “어차피 의사보다 못버는데 해외 취업하자”...카이스트 박사님들 ‘탈출 러시’ - 매일
- 파격·충격 “찢었다”…‘시선강탈’ 블랙핑크 리사, 역대급 란제리 오프닝 - 매일경제
- [속보] 美폭격기 참여 한미일 공중훈련…北ICBM 발사 대응 - 매일경제
- ‘명태균 의혹’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의혹에 대해 꺼낸 말이… - 매일경제
- “장윤정의 플렉스”…120억원 펜트하우스 산 지 두 달만에, 또 이 빌딩을 - 매일경제
- “가장 핫한 중앙 내야수” 김하성, FA 시장 나온다...상호 합의 옵션 거부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