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은하수 아래 잠든 곰 가족...그림처럼 비현실적인 자연
깊은 밤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의 산자락에서 곰 가족이 잠들었다. 검은 천에 은 가루를 뿌린 것처럼 밤하늘엔 은하수와 수많은 별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잠에 빠진 어미 곰과 세 마리의 새끼 곰들은 수십억 년을 날아온 별빛을 따라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보인다.
시에나 사진상 선정위원회는 이달 초 스페인 출신 사진가 루르데스 산탄더(Lurdes Santander)의 작품 ‘우주 너머 꿈꾸다’를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사진상을 수여했다. 작가는 ‘별 아래의 동물들’이라는 주제로 밤에 활동하는 동물을 찍어 왔다. 대상 작품도 그중 하나이다. 한때 곰을 보기 어려웠던 아스투리아스에선 최근 심심찮게 갈색곰들이 목격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오랜 보존 노력으로 최근 수십 년간 곰의 개체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막과 현대 도시, 꿈속 같은 비현실적 자연
올해 10년째를 맞은 시에나 사진상은 전 세계 프로 작가는 물론 아마추어, 학생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진 경연대회다. 국제사진상 외에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가를 발굴하는 크리에이티브상, 드론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 크리에이티브상에는 135국에서 4000여명이 동물·광고·건축·사람·미술·웨딩·오픈 테마·자연풍경 부문에서 6500점을 제출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는 아라비아 반도의 경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828m)는 그 상징이다. 두바이 출신 사진작가 디리프 에스에스(Dileep Ss)는 멀리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부르즈 할리파를 배경으로 도시 외곽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를 담은 ‘다른 세상’으로 ‘자연풍경’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두바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막 투어를 가면 흔히 보는 아라비아 영양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도시를 뒤로 하고 한가롭게 사막을 걷고 있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인도 출신 사진가 히마드리 부얀(Himadri Bhuyan)은 인도 아삼의 부라마푸트라 평원에서 상상 속 동물 유니콘과 가장 흡사한 동물을 포착한 사진으로 자연풍경 부문 준우승했다. 이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큰뿔 코뿔소는 카지랑가 국립공원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이 몽환적인 장면은 겨울 아침에 촬영된 것이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러시아 사진작가 키릴 우유트노프(Kirill Uyutnov)는 세상과 우주가 연결된 것 같은 오묘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추천작에 선정됐다. 작가는 해가 진 뒤 오로라가 춤추고 별이 떠오르는 밤 눈 덮인 툰드라를 밝히는 유목민의 희미한 등유램프 불빛을 포착했다.
북극에 가까운 러시아 북부 야말 반도는 남북간 길이가 700㎞, 면적은 11만7410㎢로 남한보다 조금 크지만 인구는 1만6000명에 불과한 오지다. 정오에만 해가 뜨고 평균 온도가 영하 30도에서 영하 60도를 오가는 극한 환경이지만 이곳에도 삶은 이어지고 있다.
남미 최남단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는 교통만 편리하다면 한번은 찾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카타르 출신 풍경사진작가 모하메드 카라프는 이 지역에서 하이킹을 하면서 빙하물로 형성된 호수 뒤로 펼쳐진 피츠로이산(해발 3375m)을 보고 숨 막힐 듯한 풍경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했다.
◇같이 놀자고 손짓하는 북극곰 모습 담아
동물 부문 우승을 차지한 체코 출신 사진가 데니사 즈브랑코바 알바니오바(Denisa Zbranková Albaniová)는 중부 유럽의 루지체산을 오르는 하얀 스위스 셰퍼드를 보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떠올렸다. 영화 속 어둠의 세계인 모르도르를 연상시키는 검은 현무암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반지를 수호하는 하얀 마법사를 떠올리게 한다.
네덜란드 사진가 셰레인 콜레트(Cheraine Collette)는 이탈리아 마르모레 폭포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구름표범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름표범은 표범 고양이 공통 조상에서 가장 먼저 분리된 고양이과 동물이다. 중국과 동아시아에 주로 살지만 전세계적으로 1만 마리 정도만 남아있을 정도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북극곰은 극지를 상징하는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하지만 야생은 물론 동물원에서조차 살아있는 북극곰과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치는 건 쉽지 않다. 프랑스 작가 에버하르트 엠케(Eberhard Ehmke)는 북극곰이 마치 ‘같이 놀자’고 하는 것처럼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는 순간을 촬영했다.
스리랑카 북서부 월파투 국립공원에 사는 새끼 토크마카크 원숭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잠들었다. 스리랑카 사진가 히카두와 리야나게 프라산타 비노드(Hikkaduwa Liyanage Prasantha Vinod)는 가족과 함께 사파리 여행을 나섰다가 나무 사이를 빠르게 옮겨 다니는 토크마카크 무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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