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초음파 모아 파킨슨병, 우울증 첫 치료…수술 가이드라인도 제정”

이정아 기자 2024.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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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햇빛 모아 종이 태우듯 초음파 모아 치료
혈뇌장벽 열어 치료 약물도 효율적 전달
세계 최초 연구도 해외서 지원, 국내 관심 절실
알츠하이머병, 마약 중독 치료에도 적용 중”
지난 28일 고려대 안암병원 의학관에서 만난 장진우 교수는 "수전증, 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수술하는 분야인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신경외과 분야 뿐 아니라 미래 의학의 영역에서도 가장 최첨단 분야에 꼽힌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이 분야를 선도하려면 정부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려대 안암병원

최근 미국과 유럽 신경외과 학계에서는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수전증, 파킨슨병, 치매와 뇌암 등 신경계 난치성 질환을 수술하는 방법인 초음파 뇌수술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초음파 뇌수술은 말 그대로 수술 없이 초음파를 쏘아 뇌 안의 비정상 조직을 없애거나 뇌의 변화를 유발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開頭術)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고 수술에 따른 출혈 또는 감염 등이 없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초음파 뇌수술 분야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다. 장 교수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 뇌수술의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파킨슨병과 강박증, 우울증,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음파 뇌수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모교인 세브란스병원에서 재직했고 지난 3월 정년 퇴임 후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왔다.

장진우 교수는 초음파 뇌수술에 대한 공로로 2021년 국제치료초음파학회(ISTU)에서 신경외과 의사 최초로 ‘윌리엄&프란시스프라이상(William&Francis Fry Award)’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정위기능 신경외과학회(WSSFN) 학술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태스커상을 수상했다.

지난 28일 고려대 안암병원 의학관에서 만난 장진우 교수는 “수전증, 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수술하는 분야인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신경외과 분야뿐 아니라 미래 의학의 영역에서도 가장 최첨단 분야에 꼽힌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이 분야를 선도하려면 정부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어떤 분야이며, 국내 최초로 받은 태스커상의 의미는.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손상된 신경계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해 난치성 신경계 질환과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첨단 임상 분야다. 신경회로를 이해하는 것과 같이 기초 뇌과학 지식과 공학 기술 등을 집합한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뇌심부자극술, 신경기능 조절 등이 있다. 이번에 수상한 태스커상은 정위기능 신경외과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임상 또는 기초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의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로운 상이다”

–정위기능 신경외과에서 최초로 이룬 업적들이 많다고 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2000년 국내 최초로 심부자극술을 도입한 일이다. 심부자극술은 뇌의 깊은 부분에 전극을 심고 전기자극을 줘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파킨슨병, 수전증 등 신경계 질환과 강박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까지 큰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 등에 대한 미세혈관감압술과 고주파 응고 수술 등을 4000례 이상 시행했다. 국내에서는 내가 이 질환을 가장 흔히 접하고 가장 많이 수술한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다.

2013년부터는 난치성 신경계질환을 극복하고자 고집속 초음파 뇌수술의 임상 연구에 매진했다. 최근에는 더욱 진보된 초음파 뇌수술기법으로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 개방술을 성공했다. 초음파를 쏘아 혈뇌장벽을 열어 이전까지 뇌에 전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약물 등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뇌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치매와 뇌암 등 다양한 난치성 신경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은 무엇인가?

“초음파라고 하면 대개 복부에서 자궁이나 간, 콩팥 등 장기를 살펴보는 영상 진단을 떠올린다. 그런데 파장의 변화에 따라서 초음파가 하는 일이 매우 다양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초음파로 혈뇌장벽을 열어 약물을 통과시킬 수 있고, 초음파를 한 군데에 모아 뇌 안에 병변(비정성 조직)을 없애거나 뇌의 기능을 조절할 수도 있다. 초음파 한줄기는 두개골이나 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일부만 통과하지만, 이것들을 중앙에 모으면 에너지가 커져 뇌 기능을 조절하고 바꿀 수 있다. 햇빛을 돋보기로 한 군데에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과 강박장애 우울증 등에 초음파 뇌수술을 시도했다고 들었다.

“원리는 모두 이해하고 있었지만 개두술 없이 초음파를 뇌수술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믿지 않았다. 나는 일찌감치 이 초음파 뇌수술의 전망을 알아봤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회사 인사이텍과 세계 최초로 여러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않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나는 동양인 머리뼈가 타 인종과 다른 특성을 밝혀내며 세계 최초로 표준 초음파 뇌수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간의 임상 연구가 기초가 돼 현재 수전증에 이어 파킨슨병의 초음파 수술도 전 세계에서 시술되고 있다. 강박장애와 우울증 환자의 임상 데이터도 쌓이고 있다.”

–정위기능 신경외과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위기능 신경외과는 인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수술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최신 뇌과학과 공학, 의학을 접목한 최첨단 미래 의학 중 하나이다. 한국도 먹고 사는 문제를 벗어나 선진국에 이르렀기에 삶의 질과 행복 추구를 위한 미래 의학 분야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초음파 뇌수술을 먼저 시작 했지만 국내에선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시작돼야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 국내 연구진이 뇌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한 업적이 거의 없다 보니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동안 초음파 뇌수술의 임상 연구비 대부분을 해외에서 받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한 파킨슨병 초음파 뇌수술은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가 파킨슨병에 걸린 후 만든 파킨슨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공익재단에서 임상연구를 지원받는 일이 흔하지 않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최근에는 미국 치료초음파재단(FUS Foundation)에서 연구비를 받아 초음파 뇌수술을 알츠하이머병과 중독 치료에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우리 연구팀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기초적 혈뇌장벽을 열어 독성 물질을 빼내 증상을 호전시키는 임상 연구와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임상연구를 통해 머지않아 실제 임상에서 적용이 가능한 방안을 찾고자 한다.

또한 초음파로 마약 중독 환자의 뇌를 자극해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법 임상 연구도 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 12명의 뇌에 이식해 경과를 관찰 중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간 만큼 그에 상응한 사회와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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