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요?” 아들 살해한 70대 노모, 검증 현장서 한 말 [그해 오늘]

강소영 2024. 11. 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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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아들 소주병으로 내리치고 목졸라 살해” 신고
경찰 도착 전 3분 만에 깨끗이 치워진 살해 현장
증거는 노모의 자백뿐…검찰, 징역 20년 구형했지만
재판부 “범죄 동기, 실현 가능성 희박” 무죄 선고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0년 11월 3일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70대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자신이 거구의 아들을 죽였다고 자백했으나 재판부는 왜소한 A씨가 100kg에 달하는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진=게티이미지)


◆ 증거는 76세 노모의 자백뿐

A씨는 2020년 4월 21일 오전 0시 53분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아들 B씨(50)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치고, 수건으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과 2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차분했다고 한다.

이후 0시 59분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으나 사건 현장은 말끔히 정돈된 상태였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국과수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됐다.

A씨는 112신고 후 경찰관이 도착하기 전 57분쯤 딸과 통화하고 3분여간 거실 바닥에 퍼진 소주병 파편을 치웠다고 한다. A씨는 “소주병으로 아들 머리를 내리친 뒤 수건(가로 40㎝, 세로 70㎝)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 B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와 이혼해 매일 술을 마셨다. 사건 전날에도 “술을 더 달라”며 A씨에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본 여동생과 조카가 집을 떠났다가 다음 날 돌아와 다시 다툰 듯 보이는 가운데 딸은 “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오빠는 살아있었다”고 했다.

A씨가 B씨를 소주병으로 내리치며 살해할 동안 B씨는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고 했다. 동기와 관련해선 아들이 일정한 직업 없이 술에 의존해 생활하는데 불만을 품고 있다가 사건 당일 딸과 싸우자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들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 재판부의 의구심…범인은 미궁 속으로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재판부는 오히려 의구심을 가졌다. 재판부는 살해 방법, 살해 동기, 딸의 진술 내용 등으로 나눠 무죄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살해 방법에 대해선 102kg인 아들을 76세 노모가 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A씨는 재판부의 의구심으로 진행된 법정검증 당시에도 살해 방법과 관련 조사된 사실과 진술이 다른 점을 지적당하자 진술을 번복했으며, 살해 당시를 재현할 때도 “어떻게 하느냐”고 되묻거나 소주병 파편 등을 의식하는 어떠한 동작도 하지 않았다.

A씨가 짧은 시간 동안 범행 장소를 청소했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며, A씨의 주장대로 아들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면 위치상 가슴 등 상반신에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왼쪽 다리에만 상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숨진 B씨의 부검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42%로 나타나긴 했으나 사건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딸과 다툴 당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도 아니었음에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봤다.

살해 동기에 대해서도 아들의 행패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미약하다고 봤다.

1·2심 재판부가 제기한 ‘제3자 개입 가능성’할 동안 검찰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없고 딸과 사위 등 제3자의 개입 의심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심 전 직권으로 A씨의 딸을 심문했다. 딸 C씨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머니가 오빠를 죽인 사실이 믿어지나?”는 물음에 “믿어지지 않지만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엄마가 그날 그렇게(살해) 했을 때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재판부는 “피고인의 딸은 피해자와 말다툼부터 집을 떠난 과정을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을 감안해 논리적 진술이 이뤄지지 않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20분 넘게 A씨의 무죄 판단의 근거를 설명했고, 무죄를 선고받은 A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꼈다.

사건은 다시 경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수사를 제대로 못 해 무죄가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실내에서 사건이 일어나 진술 의존도가 높았다”며 “수사가 미진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태”라며 재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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