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김현주, 도전을 두려워했던 과거에서 벗어나[TF인터뷰]

최수빈 2024. 11.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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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의 민혜진 변호사 役으로 열연
"많은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기억될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

배우 김현주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로코'(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김현주가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로 만나 완벽한 연기 변신을 했다. 왜 그가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중심에 선 김현주는 '지옥' 시즌2까지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도전을 두려워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더 넓은 시야로 연기를 대하는 김현주다.

배우 김현주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극본·연출 연상호, 이하 '지옥2')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소도의 리더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은 김현주는 "모두가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임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다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김성철 분)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분)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총 6부작으로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지난 2021년 공개된 '지옥' 시즌1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1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즌2는 8년의 시간이 지나 지옥에서 부활한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내에서도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며 시즌1과 시즌2 공개 사이에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로 인해 캐릭터의 서사 또한 많이 변화했을 터. 하지만 김현주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구축하지는 않았다.

"민혜진은 시즌1에서 큰 변화를 한 번에 가져왔기 때문에 시즌2에서 세월이 지났다고 캐릭터가 급격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민혜진의 성격을 쭉 가져오는 게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고독하거나 쓸쓸한 느낌,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분위기에 중점을 뒀죠."

작품은 공개 이후 3일 만에 17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는 물론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이에 김현주는 "시즌1이 사랑받지 않았더라면 시즌2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테니까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결과에 크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시청자 분들께서 고민할 거리가 있는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이라는 것, 지옥과 천국이라는 건 저도 늘 궁금하거든요. 제가 언제 죽을지 또 그 죽음을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런 질문에 제가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저는 죽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기억될 수 있는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이런 철학적인 요소로 다가가기에 '지옥'은 굉장히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김현주가 '지옥' 시즌2에서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김현주가 분한 민혜진은 정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무차별적인 고지와 시연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새진리회와 무차별 테러를 펼치는 화살촉에 맞서는 조직 소도를 이끈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8년 전에 비해 규모를 불린 소도의 조직원들과 함께 부활한 박정자와 정진수를 찾으려 움직인다.

이야기 말미 민혜진은 계속해서 정의와 신념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자신의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김현주는 이 액션 장면은 대역이 아닌 배우들이 직접 해줬으면 좋겠다는 연상호 감독의 말을 듣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감독님께서 좀 처절한 느낌이 나는 싸움이 되길 원하셨어요. 근데 이게 민혜진이잖아요. 자기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싸움이 민혜진인 거니까 저도 그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액션이 아닌 느낌을 주고 싶었죠. 민혜진은 계속 싸우느라 지쳤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주먹을 휘둘러요. 그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민헤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액션을 잘하는 느낌이 아닌 거침없고 무자비하게 몸을 내던지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에 시청자들은 시즌1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진 민헤진의 액션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주 또한 "연습 과정이 고됐지만 너무 재밌었다. 같이 연습하고 땀 흘리고 합 맞추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며 "액션도 배려가 반드시 필요했다. 촬영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훈련 과정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시즌1을 할 때는 민혜진이 변화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새로 무언가를 얹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시즌2에서는 민혜진이 보내온 시간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소도 내에서도 아이랑 박정자를 무기로 쓰고 세력을 키우고 이용만 하려고 하잖아요. 민혜진은 그렇지 않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세력을 키워서 자기만의 원하는 세상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민혜진은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해요. 그게 외로운 싸움처럼 느껴졌고 고독한 분위기가 생각나서 그 점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김현주가 "갈망하던 시기와 플랫폼이 바뀐 시점이 잘 맞아떨어져서 변화를 잘 맞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김현주는 시즌1과 시즌2를 거듭해 오면서 그 또한 시청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 '지옥'에 궁금증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지옥 사자는 어디서 온 건지, 왜 시간을 알려주는 건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못 찾았단다. 하지만 김현주는 이 모든 의문점 또한 연상호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해서 그 점에만 집중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텍스트로만 보다 보니까 어려움이 없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는 의문점이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게 감독님께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으며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서 그걸 '지옥'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죠. 저도 볼 때마다 생각이 달라지는 게 참 신기했어요. 생각할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이 작품에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 '지옥' 시즌1(2021)에 이어 '정이'(2023) '선산'(2023) 그리고 '지옥' 시즌2까지 총 네 개의 작품을 연달아 함께했다.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같은 세대이다 보니 같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그 시대를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 갖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산' '정이'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지옥' 시즌2가 있을 줄 몰랐죠. 근데 갑자기 시즌2가 나타나면서 네 개의 작품을 연속으로 하게 된 상황이에요. 감독님은 발상 자체가 좀 남다르신 것 같아요. 특히나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을 보시고 배우들 캐스팅도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검증되지 않은 걸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용기가 있으신 분이에요."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 네 작품을 연달아 함께하며 장르 특화된 대세 배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장르물에 발을 들이기 전에는 잔잔한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등 한정된 장르만 고집해 왔다면 김현주는 이제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다양한 장르에도 도전 중이다. 그는 "아쉬움과 갈증이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활동했던 시대의 여성 캐릭터들은 다 비슷했어요. 근데 이제는 조금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안정적인 걸 고집하고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라서 좀 망설였어요. 하지만 점점 나이도 먹고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다 보니까 좋은 기회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쩌면 행운이라고도 생각해요. 제가 갈망하던 시기와 바뀐 시점이 잘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더 쉽게 잘 풀렸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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