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경영권 전쟁' 고려아연, 유상증자 카드…'얻은 것과 잃은 것'
영풍·MBK 연합, 임시 주총 소집 청구...최윤범 회장, 기습 반격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서다빈 기자] 11월의 초입,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벌어졌는데요. 이번 주 경제계에도 따뜻하기도, 춥기도 한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이슈가 쏟아졌습니다. 공개매수 이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분보다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이 더 높자, 최 회장이 고심 끝에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습니다. 추후 펼쳐질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어떤 쪽이 우위를 점할지 이목이 쏠립니다.
두 번째 소식도 수개월에 걸쳐 경제계를 달구고 있는 이슈인데요.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의혹을 받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그의 남편이자 과세 회비, 병역 면탈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는 사기 혐의로 피소됐습니다.
끝으로 증권 업계에서는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백종원 대표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오는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가운데 일반 청약과 달리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절반도 못 채웠다고 합니다. 더본코리아가 상장 이후에도 첫날 청약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풍·MBK '당혹'..."회사 사유화" 비판 속 반격 성공 '주목'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양측 공개매수가 종료되면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영권 분쟁이 2차전에 돌입했는데요. 최 회장 측이 기습 반격에 나섰네요.
-그렇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간 한주 상황을 정리해 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28일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 9.85%를, 우군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1.41%를 확보했습니다. 당초 각각 17.5%, 2.5%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목표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셈입니다. 다만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로 평가받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서 승리했습니다.
-지분율로 보면 영풍·MBK 연합이 좀 더 높은 상황이데요. 차이가 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맞습니다. 양측 공개매수 이후 영풍·MBK 연합이 최 회장 측 보다 약 3% 정도 지분율 우위를 점하게 됐습니다. 영풍·MBK 연합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며 최 회장 측이 장악한 고려아연 이사회에 변화를 꾀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금융권, 법조계 등 인사 1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과반 이상을 장악하고자 했습니다.
-지분율에 밀린 최 회장 측이 꺼낸 카드가 유상증자 카드군요. 최 회장 측이 고심 끝에 꺼낸 카드 같은데요.
-최 회장 측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긴급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지분율에 밀린 최 회장 측 대응책에 이목이 쏠렸는데요. 영풍·MBK 연합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서는 지난 5월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통해 보유한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우리사주에 넘기면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11시를 넘어서 공시된 내용은 유상증자였습니다.
-기습적으로 꺼내 든 유상증자 카드로 주가 변동이 큰 상황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고려아연은 다음 달 3~4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373만2650주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주당 67만원을 발행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여기서 20% 가량은 우리사주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 청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리사주 제외 청약자는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공모주식 3%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고요. 영풍·MBK 연합 지분율은 희석하면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높이는 묘수라면 묘수인 셈입니다.
-업계 전반 반응도 각양각색인 것 같네요. 최 회장 측 명분은 무엇인가요?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앞세운 명분은 '국민기업' 도약입니다. 전 국민 상대 유상증자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유를 분산해 개방적인 지배구조와 경영구조를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죠. 아울러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신사업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상증자 공시 직후 고려아연 주가가 폭락했는데요. 비판도 적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유상증자 주당 납입 가격이 공시 전날 종가 154만3000원에 43%인 67만원입니다. 기존 투자자 비판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즉각 이러한 분위기는 주가로 반영됐습니다.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고려아연 주가는 급락해 1일 오후 기준 100만원을 밑돌았습니다.
-결국 고꾸라진 주가에 성난 주주들의 역풍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고려아연의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발표에 기업가치나 일반주주의 이익은 내팽개치고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증폭되고 있고요.
-결과적으로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국가기간산업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만, 최 회장 측 역시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주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증자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네요. 최 회장 측 입장은 무엇인가요?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갖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신고 당시 재무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신고서 허위기재, 중요사실 누락 소지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금감원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사 미래에셋증권 현장조사도 벌였습니다. 고려아연은 "부채조달 방안을 검토한 것이 잘못 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조되는 경영권 분쟁 속 국가기간산업과 일반 국민 피해가 없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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