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린 삼성의 첫 승, 비결은 결국 ‘코번 보좌’와 ‘후반 집중력
[점프볼=잠실실내/김혜진 인터넷 기자]3점차 패배 후 2점차 승리. 삼성의 한 끗 차이 승패를 가른 요인은 결국 코번 제외 선수층의 활약과 후반 집중력이다.
서울 삼성은 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1라운드 고양 소노와의 경기에서 2점차(78-76) 승리를 거뒀다. 직전 31일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큰 리드를 놓치고 연장 접전 끝에 80-83으로 패하며 개막 후 6연패라는 흑역사를 썼지만, 이 날은 상반된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첫 승을 챙겼다.
그렇다면 무엇이 삼성을 울고 웃게 했을까. 사실 큰 점수차로 이기거나 패한 것이 아니기에 어느 하나를 콕 집어 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두 경기는 삼성의 수확과 과제를 명확히 알려줬다.
삼성의 명실상부 1옵션은 득점력과 골밑 파괴력을 겸비한 코피 코번이다. 20+점, 10+리바운드를 믿고 맡길 수 있다. 여기에 베테랑 가드 이정현(시즌 평균 11점 6.9 어시스트)까지 이 둘은 삼성의 살림밑천이다.
그러나 농구는 5명이 해야 한다. 두 선수를 제외하고도 득점을 올려 줄 자원이 있어야 팀이 승리할 수 있다. 각 팀의 전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고, 그에 따라 팀의 에이스를 제외하고도 특정 경기에서 누가 활약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삼성의 31일 현대모비스전은 나름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코번이 23점 16리바운드로 이름값을 했다. 이정현 역시 15점 3리바운드로 제 몫을 했다. 그리고 이원석이 19점 8리바운드로 톡톡히 기여했다. 기복이 있었던 경기력을 회복한 듯 보였고, 득점력 뿐 아니라 적극적인 태도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 날 21점차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줬다. 38분 28초간 득점 우위를 점했지만 후반에 무너지며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갔고, 패했다. 코번-이정현-이원석이 후반(연장 포함)에만 38점을 합작했지만, 그동안 팀 전체 야투율은 35%에 불과했다. 심지어 삼성은 3쿼터부터 얻어낸 자유투 11개 중 단 2개만을 성공시켰다.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 부분만 보완 됐어도, 승리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소노와의 경기는 어땠을까. 코번은 이 날도 23점 11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지난 경기로 감을 찾은 이원석은 11점 10리바운드. 공격뿐 아니라 높이를 앞세워 리바운드 우위(37-23)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최성모가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올리는 깜짝 화력쇼를 펼쳤다.
소노가 이정현(23점)과 윌리엄스(22점) 뿐 아니라 최승욱(21점) 효과를 봤고, 삼성 이정현이 6점(11어시스트)으로 비교적 조용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최성모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김효범 감독은 소노와의 경기 시작 전 “성모, 구탕, 데릭슨 등이 신이 나야 한다. 이정현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성모는 이 기대에 찰떡같이 부응했다.
여기에 삼성은 지난 경기의 오답 노트를 제대로 해냈다. 후반 기록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1쿼터 초반을 포함해 득점 우위 시간이 8분 52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야투율은 57%로 상승했고, 3쿼터부터 얻어낸 자유투 6개 중 5개를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19-5로 리바운드를 압도했다.
결과적으로 요약하면, 코번에 버금가는 최성모의 득점 활약이 있었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막판 경기력 개선에도 성공했다. 이정현과 이원석은 각각 득점 이외에도 어시스트, 리바운드에 앞장서며 짐을 나눠 졌다.
경기 종료 후 김효범 감독 역시 “결국 경기를 뒤집은 것은 힘들 때 누가 더 넣어줄 것인가에 달렸다고 본다. 다른 선수들이 잘 받쳐줬고, 코피(코번)도 더 과감하게 올라가서 집중력 있게 넣어준 게 승리 원인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코번은 삼성에서 ‘상수’다. 코번의 인사이드 장악력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승리까지 챙기려면 코번을 제외한 선수들이 평균치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흔히 강팀과 약팀의 차이라고도 하는 ‘승부처 집중력’. 소노와의 경기를 통해 지난 6연패 행진 때와는 다른 흐름을 창출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엿본 삼성이다.
#사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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