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일 해줬다, 고생했다” KIA 대투수의 고마운 마음…150km 뉴 파이어볼러에게 행복한 2024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큰 일을 해줬다고, 고생했다고 얘기해줬다.”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이 뜻밖에 2⅔이닝 4피안타(3피홈런) 3탈삼진 1사사구 5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범호 감독은 르윈 디아즈에게 연타석홈런을 내준 양현종을 빼고 우완 파이어볼러 김도현을 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지만, 스코어가 1-5였다. 단기전임을 감안하면 작은 격차는 아니었다.
김도현은 이범호 감독의 의도를 100% 수행했다. 2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했다. 김도현이 6회초 시작하자마자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삼성 타선을 묶은 사이, KIA 타선은 기어코 5-5 동점을 만들었다.
결승타는 김태군이 쳤다. 승리투수는 곽도규가 따냈다. 정해영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V12 확정 경기서 따냈다. 그러나 이 경기만 놓고 볼 때 김도현의 호투가 없었다면 KIA는 한국시리즈 6차전을 준비해야 했다.
김도현에겐 생애 최고의 시즌이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140km 포심이 150km으로 변하는 마법을 선보였다. 더 이상 한화 이글스 김이환이 아니었다. KIA 2군에 머무르는 김도현이 아니었다.
그만큼 군 복무를 하면서 개인훈련을 충실히 했다. 스피드와 구위가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시즌 35경기서 4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4.92. 한국시리즈 2경기서 3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김도현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현종 선배님이 초반에 안 좋았는데, 한편으로 아쉬우면서 한편으로 좋았다. 지고 있는 상황이라 최대한 볼넷을 주지 말고 빨리 승부하자는 생각이었다. 볼넷을 줘도 다음타자를 어떻게 승부할지 신경쓰기로 했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한국시리즈서 선발로 못 나가서 섭섭한 건 없었다. 그냥 팀에 보탬이 많이 되고 싶었다”라고 했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유독 강했다. 3경기서 1승 10⅔이닝 평균자책점 제로. 이범호 감독은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김도현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5차전서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는 “감독님이 믿고 올려줘서 보답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양현종이 김도현에게 가장 고마워했다. 양현종은 김도현에게 “너무 큰 일을 해줬다. 고생했다”라고 했다. 김도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이렇게 이겨서 좋다”라고 했다. 2024시즌을 시작하기 전엔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KIA도 김도현도 의미 있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김도현은 “사실 전역하고 9월 확장엔트리 때라도 1군에 올라가자는 생각이었다. 운 좋게 선발진에 들어가서 좋은 경험을 한 시즌이었다. 경험을 계속하다 보니 한국시리즈까지 치렀다. 너무 행복한 한 시즌”이라고 했다.
김도현은 2025년이 더욱 기대되는 투수다. 내년엔 윤영철, 후반기에 돌아올 이의리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그는 “변화구 완성도를 좀 더 많이 높이고 싶다. 패스트볼은 계속 던지면서 감을 잘 익혀야 할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