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차별인줄 몰랐어요”...美 프로스포츠팀들 ‘인디언’ 색채 지우는 이유는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11. 2. 19:18
[흥부전-75][오리저널-0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오리저널’ 시리즈는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 ‘오(oh)’와 지역, 지방을 뜻하는 ‘리저널(regional)’의 합성어로 전세계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오리지널(original) 컨텐츠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 스포츠의 귀환, NBA 최고 스타의 팀
겨울 스포츠의 백미, 농구의 계절이 왔습니다. 국내 남·여 프로농구가 개막한 가운데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NBA(전미농구협회·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의 시즌 역시 시작했습니다.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개최국 프랑스와의 결승전 끝에 우승을 거머쥔 미국.
전 세계 농구스타들이 NBA에 한데모여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궈놓을 텐데요. 오늘은 최고의 스타이자 아이콘, 스테판 커리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탄생비화, 그리고 팀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려 합니다.
NBA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평가받는 역사상 최고의 3점 슈터, 스테판 커리의 시대가 열린 2010년대 이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무려 4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과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첫 우승은 언제일까요? (참고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총 7번의 우승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NBA 리그 최초의 우승팀이 바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입니다. 그런데 이 우승은 조금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요. 지금부터 흥미로운 브랜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NBA 최초 우승팀의 정체는?
1947년 4월 22일 미국 필라델피아. BAA(아메리카농구협회·Basketball Association of America) 소속팀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는 원정팀 ‘시카고 스태그스’와의 결승 경기 5차전에서 83대 80으로 승리하며 최종 스코어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합니다.
1946년 6월 6일 처음 설립된 BAA 리그의 1946-1947 시즌 최초의 우승팀, 필라델피아 워리어스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시는가요. 골든스테이트는 어디 갔으며 왜 NBA가 아니고 BAA일까요?
완벽한 미국 스포츠, 농구의 탄생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설명하겠지만 농구는 1891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의 체육교사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바구니에 공을 던지는 스포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운동입니다.(그래서 미국 농구계에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의 공식 명칭이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이고 그 곳이 바로 농구의 탄생지 스프링필드에 있습니다. )
이후 1932년 국제농구연맹이 만들어져 농구 규칙을 표준화했고 1936년 11회 베를린 올림픽 대회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농구의 탄생지 미국에서도 1937년 NBL(전미농구리그·National Basketball League)이 만들어지며 농구 리그 탄생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만들어졌던 리그가 바로 BAA 리그였습니다. 두 리그는 사실 라이벌 리그였는데요. BAA리그는 당시 인기스포츠였던 아이스하키(NHL) 구단주들이 중심이 돼 만든 미 동부권역의 농구리그였습니다.
그렇다보니 BAA 리그 구단주들은 우선적으로 농구 경기를 치를 경기장이 확보돼 있었던데다 아이스하키 리그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효율적이고 재미있는 리그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네드 아이리시와 월터 브라운이란 두명의 사업가가 BAA 리그 창설을 주도했습니다.
NBA 역사가 된 3개의 팀
뉴욕의 네드 아이리시는 맨하튼에 메디어스퀘어가든(MSG) 경기장을 소유했고 아이스하키팀 ‘뉴욕 레인저스’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보스턴의 월터 브라운은 보스턴 가든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둘이 BAA를 출범하며 만든 농구팀이 바로 뉴욕 닉스와 보스턴 셀틱스입니다. 필라델피아 워리어스와 함께 BAA리그 탄생부터 지금까지 팀을 유지하고 있는 단 3곳의 팀입니다.
이처럼 재정상황이 좋고 안정적인 리그 운영 역량을 보여준 BAA는 1949년 NBL을 흡수하며 NBA로 재탄생합니다.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농구리그가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합병의 주축이 된 리그가 BAA다 보니 NBA는 BAA 리그의 역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계승합니다.
그로 인해 현재 NBA는 창설 시기를 1949년이 아닌 1946년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이렇게 NBA가 아닌 BAA의 첫 우승팀인 필라델피아 워리어스가 NBA 최초의 우승팀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필라델피아는 왜 ‘전사’에 집착했을까
필라델피아의 팀명은 그렇다면 왜 워리어스가 된 것일까요. 필라델피아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며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던 미국 역사의 시발점입니다. 그만큼 필라델피아가 미국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고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상당히 높은데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던 이들에게 워리어스라는 ‘전사’ 이미지는 필라델피아 지역 농구팀의 이름으로는 제격이었습니다. 또한 1925년 지역에는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라는 팀이 실제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이 워리어스라는 전사의 이미지를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에서 빌렸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강인하고 사나운 이미지만큼 전사에 어울리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는 팀명을 확정하며 팀 로고에다 깃털을 달고 농구공을 드리블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그려 넣었습니다.
인디언의 땅을 뺏어 미국을 차지한 미국인들의 아이러니한 결정이었습니다. 차별에 대한 예민함이 무뎠던 당시에는 통용됐던 해당 문법은 사실 최근에는 많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미국 MLB 야구팀으로 추신수 선수가 활약했던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는 이러한 차별의 이유로 결국 팀이름을 클리브랜드 가디언스로 바꿔버렸죠. 그 당시 미국인들의 인디언에 대한 인식, 차별에 대한 무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필라델피라 워리어스였던 것입니다.
인디언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다
그렇다면 필라델피아와 골든스테이트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유추할 수 있듯이 1946년 창단한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는 1962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기게 됩니다. 미국 스포츠사에 연고지 변경은 정말 셀수 없이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올해 MLB 우승팀 LA 다저스는 사실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시작했다는 사실, 저희 흥부전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흥부전-59화)
초창기 필라델피아 워리어스는 지역출신으로 전설이 된 선수 ‘윌트 체임벌린’을 처음 영입해 1956년 두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1962년 윌트 체임벌린은 뉴욕 닉스와의 경기에서 전설의 한 경기 100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필라델피아의 서부 이전은 당시 프로스포츠 업계의 트렌드였습니다. 서부 개척 후 돈이 넘치고 여유롭던 서부 지역에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니즈도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가 LA로 연고지를 옮겼듯 이러한 트렌드와 분위기상 필라델피아 역시 서부지역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1962년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 프로듀서 겸 소유주이자 사업가인 프랭클린 미울리에 의해 85만 달러에 매각됩니다. 그리고 팀 이름은 샌프란시스코 워리어스로 변경됩니다. 이들은 당시 가축들을 전시하고 우수품종을 선별하는 전시장 ‘카우 팰리스’를 홈구장으로 썼습니다.
금광개척시대, 서부의 왕이 된 골스
하지만 결국 전용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결국 1970년 샌프란시스코 만 건너편에 새로 지어진 오클랜드 콜로세움 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옮겼습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게 된 팀은 이름을 오클랜드 워리어스가 아닌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변경했습니다.
동부에 오클랜드라는 큰 도시가 있기도 했고 작은 도시이름을 따는 대신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상징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별칭인 골든 스테이트를 아예 팀 이름으로 정한 것입니다.
또한 16년동안 팀의 상징처럼 여겨왔던 인디언의 이미지를 지워버린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하며 인디언에서 인디언 장식으로 로고를 변경했던 이 팀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팀명을 바꾸며 아예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를 로고에 새깁니다. 활짝 미소짓던 인디언의 퇴출인 셈이죠.
이후 오클랜드에 자리잡은 골른 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010년대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의 등장으로 2015년부터 총 4차례 NBA 정상에 올랐습니다. 예전에 농구는 몰라도 마이클 조던을 알았던 그 시절처럼, 요즘 농구는 몰라도 커리는 안다는 사람들이 있을만큼 NBA의 아이콘이 된 스테판 커리. 이제 전성기를 지나 황금기에 접어든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전사’ 정신이 얼마나 발휘될지 궁금해집니다.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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