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커피 [박영순의 커피 언어]

2024. 11. 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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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기호음료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해서 널리 즐기고 마신다"는 뜻이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커피가 제각각이라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2차 세계대전 때 군수공장에서 일손이 달리자, 여성을 배치하면서 성격에 맞는 일을 부여하고자 개발된 MBTI가 요즘 '성격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놀이'에 활용되고 있다.

커피와 MBTI라. 커피로 점을 치는 튀르키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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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기호음료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해서 널리 즐기고 마신다”는 뜻이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커피가 제각각이라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생각할수록 모호하다. 음료로서 커피의 종류가 수백 종에 달하고, 더욱이 ‘인간의 취향’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인 까닭이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MBTI)’로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고 나면 이야기가 좀 단순해진다. MBTI는 사람들이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데 선호하는 경향을 측정하는 지표이므로, 취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커피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튀르키예의 커피점(占). 출처 유네스코
2차 세계대전 때 군수공장에서 일손이 달리자, 여성을 배치하면서 성격에 맞는 일을 부여하고자 개발된 MBTI가 요즘 ‘성격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놀이’에 활용되고 있다. 칼 융의 심리학에 기반한 데다 사례가 쌓이면서 적중률이 일정 수준에 달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팬층(?)도 두꺼워지는 모양새다.

특정 커피의 유형을 성격에 찍어 붙이는 이유가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INTJ는 블랙커피를 선호한다. 독립적이고 전략적이며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유형의 대표적 인물로는 일론 머스크가 꼽힌다. 용의주도한 전략가는 커피에서 오직 본질만이 필요하다. 블랙커피란 커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유형으로, 같은 양을 섭취한다면 뇌에 작용하는 맛과 카페인의 영향력이 가장 짜릿하다.

창의적인 활동가 유형으로서 배우 로빈 윌리엄스로 상징되는 ENFP는 부드러운 카페라테를 즐긴다. 다이애나비를 대표 인물로 내세우는 이상적인 중재자형인 INFP도 라테를 좋아한다. 하지만 두 유형은 외형에서 차이가 난다. ENFP는 형형색색의 설탕 가루가 뿌려진 라테를 고르는 반면 INFP의 손에는 잔 속을 들여다봐야 확인되는 잔잔한 라테 마키아토가 들려있다. 전자는 ‘런닝맨’의 이광수를, 후자는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캐릭터를 떠올릴 만하다.

시야를 세계로 확장해 보면, 국가에 따라 선호하는 커피가 다르다. 이런 사실도 MBTI가 설명할 수 있을까. 2012~2020년 MBTI 검사를 시행한 1만9070명(남성 9705명, 여성 9365명)의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ISTJ 유형이 가장 많고 INFJ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ISTJ는 책임감이 있고 조직적이며 논리적인 성격 유형으로 흔히 앙겔라 마르켈 독일 전 총리에 비유된다. 영화 ‘놈놈놈’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규칙적이고 책임감 있는 캐릭터이다. INFJ는 마하트마 간디가 대표적인 인물로서, 내면 지향적이며 이상주의적인 유형이다. 영화 ‘킹덤’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차분하고 공감 능력이 우수한 유형이다.

MBTI를 보는 시각이 단순한 재미 수준을 넘고 있는 듯하다. 항공 객실 승무원의 직무 적절성을 조사한 논문에서 직관-사고(NT) 성격 유형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유형은 정보를 수집하는 데 오감에만 의지하지 않고 패턴과 가능성을 포착해 상황을 예측한다. 또 판단 기준이 개인적 가치나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기보다 논리적으로 냉철한 유형이다. 각 분야에 이런 데이터들이 축적되면 직원 채용에 MBTI가 적잖은 힘을 발휘할 듯싶다. 명리학과 MBTI가 연관성이 있다는 논문에 이어 이를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여러 서적도 나왔다.

커피와 MBTI라…. 커피로 점을 치는 튀르키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점을 믿지는 마라. 그러나 점을 치지도 않고 살지는 마라.”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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