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지역, 농사용 시설에 악성 민원 늘어

인근 주민 ‘미관훼손’ 철거 요구
건축법 위반 등 주장…갈등 빈번
농지 활용범위 맞게 규제완화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연평리에서 농사 짓는 송재일씨(63)가 자신의 농지 안에 있는 농산물 저장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수십년 농사지어온 땅이에요. 저도 3년 전 은퇴하고 과채류 농사를 시작했는데 인근 아파트 주민이 수시로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여길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연평리에서 만난 농민 송재일씨(63)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3300㎡(1000평) 농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에 영농에 필요한 농산물 보관용 탁자, 대형 물탱크, 휴게 공간, 농기계 보관 공간을 마련해두고 오랫동안 써왔는데 최근 들어 인근 아파트 주민이 여러차례 걸쳐 민원을 제기한 것. 인근 농지를 산책로로 삼은 민원인이 송씨 시설이 미관을 해치니 이를 치워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해당 주민은 ‘건축법’상 위법을 문제 삼았다. 연면적 100㎡(30평) 이상인 농업용 비닐하우스는 가설건축물에 해당해 짓기 전 건축신고를 마쳐야 하는데 송씨는 그러지 못했다. 남양주시는 ‘건축법’ 제14조(건축신고)를 위반했다고 보고 그에게 ‘건축법 위반에 따른 자진 원상 복구 시정명령 사전통지문’을 보냈다.

남양주시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송씨 농지를 살펴본 결과 농작물을 키우는 목적으로 비닐하우스가 사용되지 않았고, 농막으로도 허가받지 않아 부득이하게 민원인의 요구대로 원상 복구를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길 한번 둘러보세요. 농사일과 관련 없는 시설이 하나라도 있는지. 비닐하우스 안에 매일 사용하는 농기계를 보관하지 못하고, 탁자 위에 수확한 농산물도 놔두지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 선량하게 농사짓는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려는 건지 요즘 한숨밖에 안 나온다니깐요.”

농업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송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농복합지역을 중심으로 주민과 농민 간 다툼이 점차 격해지는 양상이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올해 불법 농업시설과 관계된 민원만도 10여건이 넘는다. 주로 도농복합지역에서 발생하는데 허름한 농업시설을 철거해달라거나 자신과 갈등관계에 있는 사람의 농업시설에 대한 위법성을 따지는 식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주거단지와 농지가 가깝게 붙어 있는 곳이 많아 비슷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남양주만 아니라 포천·안성·평택 등 경기도 내 도농복합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농업시설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농가가 영농생활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농지 활용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송씨는 “현재 법상 20㎡(6평)이내로 농막을 설치할 수 있게 해놨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다용도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영농활동 편의에 도움이 된다는 시설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한광석씨(75)는 “농사를 지으려면 농산물 저장고, 휴게시설, 수리시설 등이 필요한데 지금 허용한 농막 정도로는 턱없이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농지에 비례해 일정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농업시설이 농가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서 법대로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데 민원인과 농민 모두 각자 사정이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