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두 남자, 무슨 거래 했나”…3차 세계대전 불지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박민기의 월드버스]
美당국, 러·북 모종의 거래 내용 파악 중
핵기술 완성·재래식 군대 현대화 등 예상
진짜 위협은 푸틴과 김정은의 ‘관계 강화’
“국제 공조 심각하게 위협하는 날 올 것”
외신 등에 따르면 당초 계획된 1차 파병 규묘는 약 2000명이었으나, 북한은 이를 앞당겨 이미 약 1만1000명의 병력을 전선에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최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급품을 받고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당장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해 전장에 직접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제3차 세계대전 위기론에 불을 지핀 북한의 이번 파병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통령 등 국가 원수가 아무런 보답 기대 없이 자국 군인 수만명을 타국 전쟁에 파견해 참전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고위 관료들은 김정은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군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과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었을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 항구도시 원산에서 북한군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제시했지만, 러시아와 북한 간 ‘모종의 거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 정치권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더 많은 도움과 지원을 주거나,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동맹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북한군에 대한 러시아의 장·단기 지원이 강화되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마주하는 김정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이번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에 어떤 종류의 약속을 했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 만큼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강화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 6월 북한에서 만난 자리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할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해당 조약에는 ‘양 측 중 어느 한 쪽이 개별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의 무력 침공으로 전쟁 상황에 처할 때는 다른 쪽이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 분야 등에서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미 당국은 해당 조약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길을 열어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에 은밀하고 효율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몇 년 동안 핵 추진 잠수함을 통한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발사 실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해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는 역사상 가장 작은 초소형 핵탄두라고 주장하며 이를 고체 연료 로켓에 탑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북한은 아직 군사위성 3기를 발사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해당 분야 기술력 부문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는 전력 약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북한의 재래식 군대를 현대화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군이 운용하는 탱크와 전투기 등은 모두 노후화된 소련 시대 기종으로 신식으로의 교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다면 러시아는 이번 파병에 보답하기 위해 북한군에 한층 더 현대화된 무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무기 제공보다 더 큰 위험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번 파병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한층 더 굳건해진 동맹이 미국의 외교 정책과 전 세계 국가 간 협력을 약화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초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입을 빌려 “러시아와 파트너를 맺은 이란과 북한, 더 나아가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국제 공조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아마 러시아가 북한에 현대식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한국과 일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상호 군사 지원을 약속했던 냉전시대의 협정을 부활시켰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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