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에 혈당관리 앱까지 만든다...헬스케어 보폭 키우는 빅테크 기업 [홍키자의 빅테크]
“지금까지 만든 전자기기 중 이 제품이 가장 개인적인 제품입니다.”
2014년 9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제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애플 워치’였습니다.
삼성전자가 2013년에 삼성의 스마트워치인 ‘기어’ 시리즈를 내놓았지만, 스마트워치는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였죠.
애플워치가 출시된 지 이제 10년이 흘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3년 애플워치 출하량은 3070만개에 달합니다. 2022년에는 5290만대를 팔았고요.
2023년에 200년 전통의 스위스 손목시계 판매량이 2100만개인 것을 생각해보면 애플워치 출하량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애플워치의 판매량이 이렇게나 늘어난 것은 애플의 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애플은 애플 제품 이용자의 건강과 웰빙에 적극 관여하면서 헬스케어 섹터로의 확장을 꾸준히 지향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당뇨병 전 단계(당뇨 전증) 상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해 테스트했다고 합니다. 당뇨 전증은 현재 당뇨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수준의 상태입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직원들은 혈액 검사를 통해 자신이 당뇨 전증 상태임을 확인하고, 시중의 기기를 이용해 혈당을 모니터링하며 음식 섭취에 따른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이 앱에서는 개인의 혈당을 기반으로 어떤 음식물이 혈당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한편 혈당을 낮출 수 있는 음식물을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가 혈당 수치를 급등시킬 수 있지만,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식이죠. 당뇨병 관리를 이전과는 다르게 혁신적으로 해낼 수 있는 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당장은 이 앱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앱이 애플이 지난 10년 동안 개발하는 중인 비침습적(채혈 없는) 혈당 추적기 등에 통합되는 형태로 세상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는 9월 초 애플의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소프트웨어를 승인했습니다.
FDA에 따르면 애플의 에어팟 프로2 보청기 소프트웨어는 경증~중증도 난청을 앓는 11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증됐다고 합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환자들이 기존 보청기를 사용한 환자들과 유사한 효과를 봤다는 것입니다.
에어팟 프로2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죠.
보청기 기능을 이용하려면 iOS 18이 적용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청력 검사는 5분의 시간이 소요되며, 검사 결과는 사용자의 아이폰·아이패드 내 ‘건강’ 앱에 비공개로 저장됩니다.
검사 후에는 에어팟이 난청 환자가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실시간 증폭하는 맞춤형 조정을 진행해줍니다. 단순한 전화통화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른 미디어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소리 증폭뿐만 아니라 주변 소음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청력 손실 방지 기능도 제공합니다.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약 15억명이 난청을 앓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를 인용하며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이 청력 손실 사실을 모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에 보청기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대고, 외부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해서 미용상으로도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죠. 에어팟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난청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에어팟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리라는 것입니다.
미국 캔자스주에 거주하는 헤더 핸더샷(31)은 몇 년 전에 애플워치 덕에 목숨을 건졌죠. 26살에 불과한 젊은 나이에 운동도 꾸준히 해왔는데, 어느 날 밤 쉬는 도중 심박수가 분당 120회가 넘는다는 애플워치의 경고를 듣게 되죠.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병원을 찾았고, 여러 단계의 검사를 거친 결과 갑상샘항진증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핸더샷은 “나는 심박수를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애플워치가 없었더라면 내 진짜 상태를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제이슨 소시어(49)도 몇 년 전 애플워치로 심장바미 직전의 위기를 벗어났죠. 몇 주 동안 몸이 좋지 않았는데, 이유를 몰랐습니다.
애플워치를 착용하자 ‘심방세동’이 의심된다는 알림을 받았죠. 알림을 무시하고 병원 대신 회사에 나갔지만, 결국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 등 주변 권유가 있었던데다, 애플워치도 알림을 계속 울려댔죠. 병원으로 향한 그는 심장바미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자담배와 증류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미국 심장학회의 건강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꾸준히 언급됐는데, 애플도 전자담배의 사용을 장려하거나 촉진하는 앱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애플 측은 당시 이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앱스토어가 고객들이 앱을 내려받기에 믿을 만한 곳이 되도록 체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은 AI 기반 건강 코칭 서비스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사용자의 운동 동기를 부여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며 더 나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주요 목표는 애플워치의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맞는 코칭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겁니다.
애플이 올해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로 정신 건강도 케어할 구상을 하고 있죠.
비전프로 제품에 탑재된 센서와 카메라가 사용자의 표정을 감지하는 겁니다. 동공 확장이나 눈의 움직임 등 미묘한 표정 변화를 통해 불안 장애나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하고, 정신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이미지를 표시하거나 음성을 재생한다는 구상입니다.
애플은 이처럼 수십억대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의료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을 펼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 분야로 진출하려는 야심이 있죠. 모바일헬스부터 웨어러블 기기, 원격진료, 개인맞춤형 의료 등 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6억5000만 달러(약 28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됩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약 1879억5000만 달러(약 261조원)로 급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이 37%에 달할 전망입니다.
애플 생태계의 핵심 이용자인 고객의 건강도 챙기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성장이 명확한 섹터에서 신사업도 확장해 큰 수익을 노리는 것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국민 60% “제발 이날 공휴일 되길”…내년 10월10일 무슨 날이길래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11월 2일 土(음력 10월 2일)·2024년 11월 3일 日(음력 10월 3일) - 매일경제
- “남편 보약까지 먹였는데”…아파트 골프연습장서 유부녀와 불륜, 아내의 분노 - 매일경제
- [영상]“저렇게 화난 표정 처음본다”…‘다저스 우승’ 날 극대노 오타니,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이러다 정말 못 타는거 아냐”…국민연금 가입자 올 들어 40만명 ‘뚝’ 무슨 일? - 매일경제
- 김영철 “경매로 6억에 산 청담동 아파트 현재 20억” - 매일경제
- 차 한대 값이면 충분…4300만원으로 섬 산 미국男, 주말마다 여친과 한 일 - 매일경제
- “창피한줄 알아라”…신혼부부 피로연서 고급요리 즐긴 中여성의 정체 ‘경악’ - 매일경제
- 섹시미는 어디 가고…데미 무어 ‘충격적 외모’, 무슨일 있었길래 - 매일경제
- “믿을 수가 없어요” 아들 토미 에드먼의 우승, 어머니는 기쁨에 말을 잇지 못했다 [MK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