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팬들에게 프로야구는 야구 그 이상의 의미"

금준경 기자 2024. 11. 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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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가 202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승리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언론은 5·18민주화운동과 광주지역 프로야구 흥행의 연관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는 기아 타이거즈 우승이 확정되자 "광주, 우리 시대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다. 그런 기아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른다"고 해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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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 우승에 5·18과 프로야구 연관성 다시 주목
광주MBC "5월 아픔을 위로 받았기에 광주에게 타이거즈는 남달라"
한국일보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는 어두운 시대를 헤쳐온 그들의 초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지난달 29일 광주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기아 타이거즈가 202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승리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언론은 5·18민주화운동과 광주지역 프로야구 흥행의 연관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는 기아 타이거즈 우승이 확정되자 “광주, 우리 시대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다. 그런 기아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른다”고 해 주목 받았다.

언론에선 이 멘트가 주는 울림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광주MBC '뉴스데스크'는 “1980년 5월의 아픔을 위로 받았기에 광주에게 야구는, 타이거즈는 남다르다”고 했다. '뉴스데스크'는 “그래서 한명재 캐스터가 '시대의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라고 평가한 문장은 광주시민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전남일보는 지난달 30일 1면 기사에서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콜이 140만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고 했다. 전남일보는 “5·18 민주화운동 이후로 가슴 속의 한을 풀지 못하고 삼켜야만 했던 지역민에게 있어 타이거즈는 남도 기개의 상징이자 야구는 한을 풀어주는 살풀이 굿판이었고, 치유되지 않고 있는 아픔을 잊게 해주는 위안이었다”고 했다.

▲ 지난달 30일 전남일보 1면 갈무리.

광주일보도 30일 보도를 통해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콜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타이거즈가 호남인에게 안겨준 위로에 대한 공감도 많았다”며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 속에서도 광주가 프로야구를 통해 슬픔을 치유하고 위로를 받았던 역사”를 언급했다.

전국단위 신문도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 12번째 우승…야구 도시 광주 '들썩'> 기사에서 “광주 팬들에게 프로야구는 야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호남 사람들의 울분과 한을 풀어주는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교사 김유진씨(44)는 한국일보에 “서러운 세월을 숨죽이고 살았던 호남 사람들에게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의 우승은 광주의 씻김굿이고 응원가는 진혼곡이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는 어두운 시대를 헤쳐온 그들의 초상이었던 셈”이라고 부연했다.

▲ 2018년 5월9일 광주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남도일보는 지난달 28일 <[뉴스분석] 타이거즈, 광주는 왜 야구에 빠져드는가> 기사를 냈다. 남도일보는 “해태 타이거즈의 응원가 '목포의 눈물'이 무등야구장에 등장한 건 1983년 한국시리즈였다. 해태 팬들은 목이 터져라 부르며 '김대중' '김대중'을 외쳤다”며 “5·18과 전두환 정권을 겪은 광주는 야구장에서 목 놓아 울부짖었다. 광주 한(恨)의 씻김굿, 대동 판굿이었다”고 했다.

남도일보는 김성한 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발언을 전했다. “부산 야구장에서 한 호남 팬이 다가오더니, 꼬깃꼬깃 접은 1만 원을 나에게 주더라고요. 전날 신문에서 짬뽕 먹고 홈런 쳤다는 기사를 봤는데, 만 원으로 꼭 짬뽕 사먹고 홈런 쳐서 이겨달라는 거예요.” 그는 “호남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울분이 쌓여 있는데, 그 울분의 해소가 바로 야구였고, 해태 승리였다. 그 만원을 받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 2017년 11월20일 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전두환 정권이 5월18일 광주 홈경기를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2017년 쓴 단독기사 <“5월18일에는 광주서 프로야구 하지 마라”>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는 5월18일을 맞아 광주지역에 예정된 경기를 다른 지역에서 치르도록 하고, 17일 경기도 평소보다 시간을 앞당겨 진행하도록 했다. 해태 타이거즈는 전두환 정권 당시 단 한 번도 5월18일 광주에서 홈경기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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