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출근 싫어? 그럼 관둬"…뿔난 직원들 "의욕 바닥, 이직 준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의 여파가 아직 미국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4일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 아마존 직원이 "일에 대한 의욕이 완전히 바닥났다"는 말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지난달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년 1월부터 전면적인 '사무실 복귀'(RTO, return-to-office)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회사 AWS의 매트 감언 CEO가 "주 5일 출근하기 싫으면 회사를 그만 두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아마존의 태도는 강경하다.
아마존은 코로나19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하다가 지난해 5월부터 주 3일 이상 출근으로 전환했는데, 내년부터 전면적인 '사무실 근무로 복귀'(RTO)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뿐 아니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컨설팅업체 PwC, 자동차회사 스텔란티스가 사무실 출근 정책을 강화했으며 더 많은 회사들이 사무실 출근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대다수 상사들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믿는 점이 사무실 복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 연구는 인도의 데이터입력센터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재택근무할 때 생산성이 18%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업무 성과를 떨어뜨린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포드대 교수는 2021~2022년 중국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 직원 1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주2일 재택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직원들의 성과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퇴사율을 약 3분의 1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다. 미국 빅테크 중에는 지금도 주 2~3일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WFH 리서치가 매달 발표하는 '미국 근무형태 및 태도 설문조사'(U.S. Survey of Working Arrangements and Attitudes)를 보면 재택근무가 가장 많은 업종은 금융·보험, IT, 전문가 서비스다. 이들 업종은 주당 각각 2.37일, 2.32일, 1.89일 재택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도매업, 공공시설도 주당 각 1.71일, 1.69일, 1.6일 재택근무 하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재택근무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제조업(0.89일), 물류·창고(0.7일), 소매업(0.68일), 접객·요식업(0.53일) 등 대면 근무가 필수적인 업종은 재택근무일 수가 적다.
미국의 업종별 근무 형태를 살펴봐도 IT, 금융·보험은 100% 사무실 출근 비중이 모두 30%로 가장 낮았으며 하이브리드 근무는 각각 46%, 41%에 달했다. 100% 재택근무하는 비중도 각 24%, 28%를 기록했다.
반면 대면 근무가 필요한 물류·창고, 소매업, 접객·요식업은 100% 출근하는 비중이 각각 73%, 77%, 81%에 달했다. 미국도 택배나 서비스 업종은 대면근무가 필수적인 걸 알 수 있다.
이는 재택근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미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WFH 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 중인 직원은 주 2·3일 재택근무의 가치를 연봉의 약 7.6%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을 7.6% 인상해야 사무실 출근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재택근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아마존 직원도 마찬가지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의 사무실 복귀(RTO) 방침 발표 이후 아마존 직원 2585명을 대상으로 익명으로 실시한 블라인드의 설문조사에서 91%가 불만을 표시했으며 4분의 3에 가까운 응답자는 RTO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아마존의 RTO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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