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우상향 확신이 드는 나라”...미국 경제 이해 키워드는 ‘젊은확장·불꽃투자·초격차’ [★★글로벌]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절정 기량”
골디락스로 설명 부족한 美 경제
연준 인사, 확장 초입 국면 평가
뜨거운 성장 기저에는 ‘민간투자’
기업 ‘소멸·신생’ 사이클도 활발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은 미국 경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포인트의 과감한 ‘빅컷’ 금리 인하에 나선 뒤 쏟아진 경제 데이터는 경착륙은 커녕 경기 침체 자체가 없는 ‘노랜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말의 성찬이 쏟아지는 월가에서는 현 미국 경제 상태가 기존의 확장·수축 경제 사이클로 해석할 수 없는 ‘노사이클’이라는 진단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작금의 미국 경제는 어떤 상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요.
대선을 앞두고 정치 뉴스의 홍수 속에 스쳐 지나간 경제 뉴스와 이벤트에서 의미 있는 세 개의 키워드가 포착됩니다. 젊은확장과 불꽃투자, 그리고 초격차입니다.
마치 절정을 달리는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모습 같습니다.
이는 자신이 1990년대 초 연준의 경제학자로 근무하며 목격했던 경제 사이클의 확장과 비슷한 모습이며 “당시 노동 시장과 경제 성장률은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던 시기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연준의 역할에 대해 미국 경제를 ‘강한 경제’라고 말하는 작금의 상황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젊은 확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그 여건을 조성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또 1991년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이 120개월, 2009년의 확장 국면이 128개월 지속된 것과 비교해 팬데믹 발발 해인 2020년을 기점으로 출발한 지금의 확장 국면(상단표 주황색 표시)은 아직 54개월에 불과한 젊은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연준이 물가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에서 최선을 다해 과거 경기 확장 수준을 길게 유지해온 것처럼 지금 미국 경제는 젊은 확장 국면에 있고 연준은 과거처럼 장기적 확장을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3분기까지 투자자들을 괴롭히는 이슈는 미국 빅테크들의 실속 없는 AI 투자 논란이었습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회의론으로 지난 7~8월 빅테크 주가는 수시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 8월 5일 아시아 증시 대폭락을 전후해 AI거품 붕괴에 따른 미국 경제의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였죠.
그런데 최근 쏟아지는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AI 투자 거품론이 과도한 우려였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AI 투자 거품론의 진원지인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구글의 3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5% 폭증한 113억5000만달러로 만년 3위인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분기 100억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실적을 앞세워 구글은 그간 데이터센터 구축에 과잉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염려를 보기좋게 불식시켰습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4분기에도 3분기와 비슷한 규모(131억달러)로 클라우드 자본지출(데이터센터 투자가 중심)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억달러, 아마존은 올해 전체로 750억달러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전체로 400억달러 자본지출을 언급한 메타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 업체 4사 호주머니에서만 대한민국 예산의 절반이 넘는 2500억달러(340조원)의 자본지출이 예상됩니다. 이보다 더 커지는 내년 투자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천문학적 AI 투자로 더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로존 국가들과 다른 선진국들이 저성장 위기를 겪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는 5년 후인 2029년까지 지속돼 격차가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업데이트하면서 미국 올해 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8% 상향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제외한 다른 G7(주요7개국)의 전망치를 보면 참담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같은 북미권인 캐나다가 1.3%로 가장 높고 영국·프랑스 1.1%, 이탈리아 0.7%, 일본 0.3% 등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심지어 독일은 무성장(0%)입니다.(독일 재무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췄습니다)
이번 IMF 전망 보고서에서 언론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표현 역시 격차(Divergence)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며 유럽 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을 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가 노동 생산성인데 유럽이 노동력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증가로 인해 미국 경제에 고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경제를 분석하는 특별기사를 게재했는데 비즈니스 역동성을 상징하는 ‘기업 이탈률’(특정 연도에 신설되거나 소멸되는 기업 비율)에서 미국이 유럽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죠.
기업 이탈률이 20%에 도달한 미국과 달리 유럽은 15%가 채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그만큼 미국에서는 보다 빠른 주기로 기업의 사업 철수와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 활발하다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집행위원회 의뢰로 유럽연합의 경쟁력을 진단한 ‘드라기 리포트’ 는 최근 발간 버전에서 비즈니스 역동성 부족으로 인해 유럽이 ‘중간기술의 덫’에 걸렸다고 한탄합니다.
혁신 투자와 기업의 역동성이 사라져 더 파괴적이며 수익성이 높은 하이테크 산업에 오르지 못하고 자동차 등 어정쩡한 중간기술 산업에 갇혀 있다는 것이죠.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면서 미국 경제가 ‘세계의 부러움(the envy of the world)’이 됐다고 자랑했습니다.
독일은 폭스바겐이, 한국은 삼성전자가 재채기만 해도 경제 전반이 휘청입니다.
그런데 15년 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프록터앤갬블, 3M, GE, 듀폰, 퀄컴이었습니다. 불과 8년 뒤 이 리스트는 MS, 애플, 구글, IBM, 퀄컴으로 바뀝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인텔과 보잉이 감기에 걸려도, 100년 기업 GE와 월풀이 최근 수년 간 날개없는 추락을 해도 미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시장 역동성 때문입니다.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은 미국 경제를 “운동선수에서는 절정의 르브론 제임스, 팝스타에서는 절정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어떤 경제학자의 설명과 논리보다 직관적이고 강력한 묘사입니다.
인텔 제국이 망해간다고요?
이 역시 미국 경제가 살아있다(엔비디아의 출현)는 축복의 반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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