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부여에서 꽃은 떨어지지 않으리[전승훈의 아트로드]
부여는 1500년 전 백제의 마지막 수도가 있던 도시다. 538년 백제 성왕은 공주에서 부여로 도읍을 옮기면서 고조선의 적장자 부여를 계승한 유일한 나라라는 뜻으로 ‘남부여’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부여를 체험하는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자.
“이 강 이름은 원래 금강인데, 부여군을 지나는 16km 구간을 백마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잠시 후에 백마강으로 입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는 백마강 둔치에는 은빛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백제’라고 쓰여진 깃발이 나부끼는 강변을 달리는 백마강 수륙양용버스 안 스피커에서 갑자가 스펙터클한 음악이 터져나왔다.
수륙양용버스는 배처럼 ‘V자형’ 용골이 없어 바닥이 평평하다. 그래서 배의 수평균형을 맞추는 시간을 잠시 갖는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왼쪽 좌석에 있던 승객 한명이 오른쪽으로 옮기니 좌우균형을 맞춘다.
수륙양용버스는 곧바로 부소산성 방향으로 항해한다. 해발 106m의 부소산성은 평소에는 사비성의 후원이지만, 전쟁시에는 피난민들이 몰려드는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백제가 멸망할 때도 낙화암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멸망해가는 나라와 함께 몸을 던졌다. 절벽에는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쓴 붉은 ‘낙화암(落花巖)’ 글씨가 선명하다. 버스는 백마강 상류로 유턴해 백제가 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귀족회의를 열었던 정사암(政事巖) 부근까지 올라간다. 계백장군의 말 안장을 모티브로 세워진 금강의 ‘백제보’도 보인다.
백마강에 황포돗배 유람선도 있지만, 수륙양용버스(3만원)는 국내에서 백마강에서만 운행되는 이색적인 교통수단이라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국내업체가 제작했다는 수륙양용버스의 핸들은 두 개다. 육상을 달릴 때는 정면에 있는 핸들로 운전하고, 물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는 선박용 키를 잡고 배를 몬다. 운전자는 대형버스와 선박 면허 2개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 백마강의 평균 수심은 약 5m. 수상에 들어갔을 때 버스는 앞쪽은 1.2m, 뒤쪽은 1.4m가 물에 잠긴다. 뒤쪽에 수상엔진이 있어 무거워 앞쪽이 약간 들려 있는 상태에서 떠간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지나가는 행인들이 버스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고 있다고 신고도 많이 했다고.
백마강교 밑에서 2대의 수륙양용버스가 교차했다. 경적소리 대신 ‘부우웅~’ 뱃고동 소리를 내며 신호를 하자 양쪽 승객들이 서로 손을 흔들어준다. 백마강에 오후의 햇살이 비쳐 황금빛으로 빛난다.
백마강 강물에 수륙양용차가 다닌다면, 하늘에서는 열기구가 떠다닌다. 백마강 상공을 7~8km 비행하며 낙화암, 궁남지 등을 구경하며 30~50분 정도 비행하는 ‘부여하늘날기(Skybanner)’. 서울 여의도 공원에 줄에 매달려 최대 130m 높이까지 올라가는 계류형 열기구가 있지만, 백마강에선 진짜 바람을 타고 자유비행하는 열기구가 운행된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나 호주 멜버른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열기구다.
“빨리 타세요. 풍선 날아가요. 빨리 타세요~!”
열기구를 줄에 매어 붙잡고 있던 직원들이 소리쳤다. 풍선 속에 데워진 공기가 팽창하면서 금방이라도 떠오르려고 들썩이고 있었다. 탑승용 바구니 한쪽의 벽면에 발을 디디며 힘겹게 올라탔다. 밧줄을 놓자 열기구는 백마강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부여
코레일관광개발은 유네스코세계유산 도시인 부여와 공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를 내놓고 있다. 템플스테이와, 휴양림, 캠핑장, 수륙양용버스, 열기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에서 꼭 빠질 수 없는 것이 국립부여박물관과 정림사지, 부소산성, 왕릉원, 궁남지 등 백제의 화려했던 사비시대 유적지 탐방이다.
부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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