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내놓으실래요?" 뜻밖에 걸려온 전화에…집주인들 '분통' [돈앤톡]
"관행 앞세워 불법 행위, 근절 돼야"
"사모님, 부동산인데요. 집 내놓으실 생각 있으세요?"
집주인이라면 한 번쯤, 동네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 있으실 겁니다. 대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소유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을까요.
2022년 10월 입주한 의정부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를 지은 한 건설사는 최근 이 단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022년 10월께 아파트 입주 과정에서 계약자의 개인정보(동·호수, 이름, 연락처 등)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유출하는 범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보 주체 명단을 전달받지 못해 개별 유출 통지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나 유출로 의심되는 고객에 문자를 드린다.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유출된 명단을 즉시 회수해 추가 피해의 우려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보안프로그램, 시스템 접근 이력 등을 점검하고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고객에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단지에 입주민 A씨는 "어떻게 자기 집을 산 고객의 정보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넘길 수가 있느냐"며 "말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일은 재건축, 재개발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특히 조합원들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새어나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강동구 상일동 일대에 있던 주공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2018~2021년까지 일제히 입주했는데, 이들 단지 가운데 한 가구를 소유한 집주인 60대 금모씨는 요즘도 부동산으로부터 연락받습니다.
금씨는 "입주한 지 벌써 5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이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온다"며 "집을 매매할 생각은 있는지 혹은 세를 놓을 의향이 있는지를 꼼꼼히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너무 많이 와 한 번은 '대체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지니 공인중개업소들끼리 공유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최초 출처를 물어보니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 조합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하더라"고 했습니다.
과거 재건축 사업이 활발했던 곳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했던 한 중개사는 "매매나 전·월세를 중개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 등을 (조합으로부터) 받아 해오기도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종종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엔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분양권 다운 계약서 작성 등 여전히 비위행위가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행위가 사라져야 공인중개업계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의 절박함이 담긴 영업행위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 공인중개사들의 생계는 막막한 상황입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3043명으로 지난달보다 104명 감소했습니다. 2022년 6월 11만8952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5909명이 쪼그라들면서 19개월 연속 줄어든 상황입니다.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업소도 707곳으로 지난달보다 46곳 줄었습니다. 2020년 협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문을 닫은 중개업소는 902곳에 달했고 휴업을 포함한 전체 휴·폐업 건수는 1002곳이었습니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매력도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가 약 40만명(39만9975명)에 육박했지만, 올해 접수자는 21만5081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해 약 44% 쪼그라들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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