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김성철 "유아인 대체 부담? 손해 볼 거 없어 도전"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의혹으로 준비 중인 모든 작품에서 하차하며 비상이 걸린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이미 한 편이 공개되고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던 도중에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는 큰 관심거리였다. 배우 김성철은 그 자리에 자신 있게 도전했다. 누군가는 잘해야 본전이라며 걱정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김성철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성철만의 정진수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옥2'(연출 연상호·극본 연상호 최규석)는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새롭게 부활한 새진리회의 교수 정진수 역을 맡은 김성철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25일 공개된 '지옥2'는 30일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 5위에 랭크됐다. 김성철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소감과 함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옥' 첫 시즌의 정진수는 배우 유아인이 연기했다. 그러나 그가 마약 투약 의혹으로 하차하며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성철이 유아인을 대신해 정진수 역을 연기했다. 김성철은 정진수라는 캐릭터에 끌려 '지옥2'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진수 같은 인물은 못 할 것 같았어요. 디스토피아 속 망가진 세상의 교주로 이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이잖아요. 사실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연기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혹시나 반대 의견이 있어도 내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유일하게 저밖에 없다'고 하셨고요.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얼마나 저를 원하는지를 보거든요. 감독님이 저를 원할수록 작품과 캐릭터가 잘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의 자신감, 애정도, 저라는 배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믿고 가고 싶었어요."
'지옥2'의 시작은 고지를 받은 정진수가 시연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미 첫 시즌에서 유아인이 보여줬던 장면이다. '지옥2'는 같은 장면을 연기하는 김성철을 통해 전 시즌과의 연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옥'의 정진수는 김성철이라고 선언한다.
"저도 쉽지 않았는데 모두가 힘들었을 거예요.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걸 충족시켰냐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에게는 정진수라는 캐릭터가 시즌2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가 중요했어요."
김성철은 그렇게 자신만의 정진수를 만들어냈다. 그가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한 대상은 전 시즌의 정진수가 아니라 원작 웹툰 속 정진수였다. 새 시즌과 전 시즌의 정진수에게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을 토대로 캐릭터를 잡았어요. 첫 시즌과의 연결성보다는 '지옥'이라는 웹툰을 토대로 연결성을 가져갔어요. 새 시즌에서는 전 시즌의 그림과 다른 것이 많이 나오거든요. 새로운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진수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감정은 공포, 두려움이거든요. 20년 동안 두려움에 시달리면서 새진리회라는 종교를 만들고 사람들을 세뇌시킨 거죠. 시즌1에서는 거대한 거짓말을 하는 정진수가 그려졌다면 시즌2는 속내를 보여주는 모습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중심으로 잡았어요."
시연을 당한 정진수는 끝없는 지옥에 갇힌다. '지옥' 세계관 속 지옥은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고통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겪었던 정진수는 끝없이 과거가 반복되는 지옥에 빠진다.
"시즌1에서 정진수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잠깐 나왔는데 그래서 엄마에 대한 원망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맨 처음 시연을 통해 그토록 원망했던 불륜남의 몸에 들어가고 내가 싫어했던 아빠의 몸속에 들어가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정진수는 '내가 엄마라면 버리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아빠라면 괴롭히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과거로 돌아가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끔찍한 고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없이 지옥을 돌아다니던 정진수는 마침내 현세에 부활한다. 다만 거울 속에서는 지옥의 사자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정진수는 또 다른 부활자 박정자(김신록)를 만나기 위해 천세형(임성재)과 화살촉을 동원한다. 다만, 부활의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성철은 "'지옥2'를 해야되기 때문에 부활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자신이 생각한 해석을 덧붙였다.
"정진수라는 인물이 사람을 이용하고 세뇌를 하는 인물인데, 시연을 당하고 부활했을 때도 똑같이 살아가거든요. 저는 박정자가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 봤어요. 정진수는 악인이지만 박정자는 선인이잖아요. 악인은 처벌됐는데 선인이 처벌이 안 됐다는 게 제 나름의 해석이었어요."
김성철의 해석은 '지옥'의 결말과도 맞닿아있었다. 마침내 박정자를 만난 정진수는 서로의 지옥이 다르다는 말에 좌절하다 돌연 지옥 사자들에게 사로잡힌다. 반면 박정자는 그토록 원하던 자식들과 만나는 데 성공한다.
"정진수라는 인물은 본인이 가진 공포와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지옥에서 끊임없이 시연을 당하고 현세로 돌아왔을 때 천세형과 화살촉을 이용하는 모습이 비열하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부활을 했다는 건 기회일 수 있는데 조금 더 착하게 살아보려고 했으면 또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부활해서도 똑같이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지옥의 사자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해냈지만, 누군가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성철은 "그런 의견과는 생각이 다르다"며 오히려 손해 볼 것이 없어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대단한 건 그 불안감을 주변 사람이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후회는 없어요. 찍을 때 재미있었고, 다시 돌아가도 할 것 같아요.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요. 오히려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는 모든 작품이 다 잘되고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건 바람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도전한 거고 앞으로도 도전할 거예요. 물론 집에서는 두려워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언제나 확신에 찬 것처럼 연기해요. 저는 카메라에 담겨지는 사람인데 제가 혼란스러워하면 저를 찍어야 하는 감독님도 힘들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게 맞다고 세뇌를 하면서 확신을 가지려고 해요."
김성철은 정진수라는 도전을 통해 필모그래피에 뜻깊은 한 줄을 추가했다. 그리고 김성철의 도전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향으로 계속된다.
"작품을 할 때마다 등산하는 느낌이에요. 한계단 씩 올라가고 가끔은 내리막이나 평지도 있고요. 다만, 정상을 바라보고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저는 등산을 유산소처럼 하는데 '지옥'도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이게 제 대표작, 인생작이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매 작품 그런 바람으로 임하고 있어요. 조금 더 먼 미래를 보자면, 열심히 했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제 제가 책임져야하는 분량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30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천천히 스며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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