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5개월 지난 백신 접종한 의사...법원 “3개월 자격정지 과도”

박강현 기자 2024. 11. 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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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행위 내용·전후 사정 등 고려해야”

소아환자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의사가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이겼다. 의사가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했는데도 이 같은 처분은 과도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기병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의사 이모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는 2022년 10월 8일 경기 시흥시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당시 방문한 소아환자에게 유효기간이 5개월 이상 경과한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담당 간호조무사로부터 백신을 건네받아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이씨는 같은 날 환자 보호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린 뒤 보호자와 지속적으로 통화하며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이씨는 이 사실을 병원에도 보고했고 병원 감염팀장은 이를 보건소에 알렸다. 보건소는 질병관리청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작년 7월 의료법 등에 근거해 이씨에게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작년 11월 ‘이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그 위반 행위의 내용에 비해 제재 정도가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에겐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면서도 “피고는 이러한 위반 행위의 동기·내용·전후 사정 등 참작할 만한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행위는 일회적인 것이고 고의가 아닌 단순 부주의에 기인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부작용 등 특이사항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이씨는 (위반 행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화해 상태를 확인하고 사과하는 등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는 2022년 11월 15일 본인의 과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약 20년 재직하는 동안 이 사건 외 제재 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면서 “이 같은 사정들을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짚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지난달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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