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에서 출산하는데‥아이 받아줄 산과 교수 씨가 마른다

정승혜 luxmundi@mbc.co.kr 2024. 11.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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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과 중의 필수과인 산과가 가파르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받을 산과 (산부인과는 산과와 부인과로 크게 나눠집니다) 의사가 급감하면서

일부 대학병원에는 산과 교수가 아예 없는 곳도 있고, 'BIG 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마저 산과 교수 정원을 못 채우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교수 자리까지 못 채울 정도면 산과 전공의, 전임의가 없다는 말이고, 한마디로 분만을 책임지는 산과 의사는 정말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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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소멸 단계 진입..“BIG 5도 산과 교수 정원 못 채워”

필수과 중의 필수과인 산과가 가파르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받을 산과 (산부인과는 산과와 부인과로 크게 나눠집니다) 의사가 급감하면서 일부 대학병원에는 산과 교수가 아예 없는 곳도 있고, ‘BIG 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마저 산과 교수 정원을 못 채우고 있습니다.

산과 교수 지원자 부족 현황: 이승미 서울대병원 교수 제공

대학병원 교수 자리까지 못 채울 정도면 산과 전공의, 전임의가 없다는 말이고, 한마디로 분만을 책임지는 산과 의사는 정말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급하게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다 119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기사가 뜨는데 현재 50~60대인 산과 교수들이 정년 퇴임을 하고 나면 대한민국 산과는 누가 지키게 될까?


■ “서울대병원도 산과 교수 다 못 뽑아...산과 전임의 지원 0명”

올해 전국적으로 산과를 지원하는 산과 전임의 (펠로우) 수는 10명 남짓, 서울대병원 산과 전임의 지원자는 0명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임의 정원은 총 12명이었지만 7명만 지원했고 그마저도 5명은 난임을 전공하는 생식내분비, 2명은 요실금 등을 진료하는 비뇨부인과 지원자였습니다. 산과 지원 0명, 부인암을 전공하는 부인종양 지원도 0명이었습니다. 교수 후보군인 전임의가 없다보니 그 다음 단계인 교수를 뽑을 수가 없게 됩니다.

대학병원 산과 전임의 수: 이승미 서울대병원 교수 제공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올해 서울대병원에서 신입 교수 정원이 세 명이 있었는데 간신히 2명을 채웠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서울대병원이 이런 사정이니...교수 정원이 있는데도 못 뽑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한테도 많은 대학 교수님들이 그 대학 산과 교수 자리가 있는데 올해 전임의 중 산과 교수 후보자가 있는지 문의하는 연락이 수시로 와요.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도 못 뽑는 형편이니 누굴 추천해 주겠습니까...

정부가 의대 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서울대병원에서도 뽑지 못한 교수를 어디서 데리고 온다는 것인지 걱정됩니다.”
이승미 서울대병원 교수 제공


■ “분만 10억대 소송 이후 지원 급감”...산과 의사 소멸은 심각한 문제

소아과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는데, 산과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승미 교수는 “저희 때만 해도 괜찮았어요. 그 때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 같고 경쟁도 있었어요. 산부인과 자체가 굉장히 보람있는 과거든요. 새로운 생명, 우리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을 받는다는 것이 큰 의미잖아요. 저는 인턴 때 아기 낳다가 중환자실 가신 산모 보면서 ‘아 이런 분들을 도와 드리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선택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 것 같아요. 저출산이 심해지고, 분만 수가는 너무 낮고, 특히 분만 관련 10억 대 소송이 연이어 나온 이후로...

전공의들하고 계속 면담을 해오는데 ‘산과해보면 재미있지 않니?’ 이러면 ‘저는 소송이나 이런 것들이 사실 너무 무서워요’라고 답합니다. 더 이상 산과를 지원하라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교수가 없으면 후학을 못 길러내고, 그러면 정말 산과 의사가 없어져서 아이를 못 받게 됩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산모 연령증가〉 출처: 삼성서울병원 오수영 교수


■ 산모 나이 많아지면서 고위험 산모↑..“한 달에 25번 야간/주말 근무”

어떤 산모들이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을 찾는 걸까?

“여기서 낳을 수 밖에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태아가 기형이 있거나 엄마가 기저질환이 좀 심한 분들은 다른 과와 협진을 해야 하니까 여기서 낳을 수밖에 없고, 쌍둥이나 노산으로 인한 임신성 당뇨, 조산이 걱정되는 산모들도 오십니다. 사실 서울대병원까지 진료 보러 오시는 분들은 상당수가 고위험 산모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이승미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응급수술을 해야하니 내려오라는 연락이었습니다.

“낮에는 이렇게 바로 내려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분만은 야간 응급이 많아요. 한 달에 25번을 야간/주말에 나오기도 했어요. 진통하는 동안 계속 대기하면서 밤샐 때가 잦아요. 이런 걸 지켜보는 전공의들은 ‘아 산과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산모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고위험 산모가 늘고 의료소송 위험은 그래서 더 높아지고, 남아있는 산과 교수들의 업무부담은 가중되고...악순환입니다. 정부도 이 문제들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수가와 소송, 이걸 해결해야 산과에 다시 의사들이 돌아올 겁니다. 아이는 받아야 하잖아요 대한민국이 유지되려면...”

이승미 서울대병원 교수의 연구실 한 켠에 놓인 간이침대. 응급 연락을 받고 나와 밤새 대기할 때 잠시 쉬는 공간입니다.

정승혜 기자(luxmund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52237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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