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노윤서, 반짝반짝 빛나는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11. 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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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생애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푸릇푸릇하면서도 청량한 신인의 초심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 노윤서다.

6일 개봉되는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로, 동명의 대만 레전드 청춘 영화를 한국판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노윤서는 극 중 여름을 연기했다.

노윤서에게 ‘청설’의 첫인상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원작에 대한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시나리오를 읽었고, 이야기가 지닌 힘이 너무나 컸단다. 용준이 여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과 여름과 가을이의 관계성이 노윤서를 ‘표현하고 싶게’ 만들었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던 노윤서는 조선호 감독과 만나 여름이의 배경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각 장애인 부모와 동생을 뒀다는 그 배경 하나로 노윤서는 여름이를 깊이 이해해 나갔다.

왜 여름이가 가을이를 유달리 챙기는지, 동생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자기 꿈으로 삼고,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지 등 여름이의 감정선을 그 배경 하나 만으로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단다. 노윤서는 “여름이가 강한 책임감과 남을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된 이유에 배경이 많이 작용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그 배경을 가지고 생각하니까 이해가 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름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수어도 배워야 했다.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있었을 텐데, 여름이를 잘 연기하고 싶었던 노윤서는 걱정보다는 열의를 갖고 수어를 배웠다.

걱정은 없었어도 수어를 배우는데 어려움은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수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노윤서가 한 생각은 “시나리오의 대사부터 바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우니까 오히려 쉬웠고, 너무 재밌었다”였다.

특히 수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표정 연기는 노윤서에게 또 다른 연기 공부나 다름없었다. 노윤서는 “수어에서 표정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 수어를 쓰시는 분들은 표정을 크게 짓는다”면서 “표정을 다양하게 써야 되니까 거울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수어 연습을 하고 나서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윤서는 수어를 연기하며 비언어적인 몸짓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노윤서는 “수어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는지 오롯이 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연기할 때 감정에 더 이입이 됐다”면서 “사랑은 그 자체로 충분해서 번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것처럼 음식을 챙겨준다거나 차 문을 열어준다거나 작은 행동들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눈빛 만으로 감정 표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어를 배우며 여름이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노윤서는 영화에 여름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었다. 부모와 가을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고 꿈 없이 살다가 용준이를 만나고 조금씩 세상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가져오면서 성장해 나가는 여름이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조금은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하지만, 노윤서는 홍경과 김민주 등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그 공을 일정 부분 돌렸다. 조윤서는 “여름이는 초중반까지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 다만 리액션이 많은 친구다. 그래서 상대방이 주는 게 중요하다. 홍경과 김민주 배우가 너무 잘 줘서 잘 받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특히 노윤서는 여름이와 가을이가 수영장 신에서 그동안 쌓인 오해를 폭발하듯 쏟아내는 장면에 대해 큰 애착을 보였다. 노윤서는 “민주 배우가 가을이로서 너무 완벽하게 존재를 해서 여름이한테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그 신이 너무 좋았다”면서 “민주가 걱정도 많이 하고 잘 못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제가 너무 잘했다고 했는데 정작 민주 배우는 자기가 잘하는지 모르더라. 그 신은 정말 둘 다 몰입해서 찍었다”라고 말했다.

“‘청설’은 꿈을 고민하고 있는 20대들에게 같이 고민해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도 똑같이 대학 졸업 전에 뭘 해야 하나 고민했었고, 그러던 와중에 연기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여름이가 더 공감이 됐고, 힘껏 여름이를 응원해보고 싶었어요”.

지난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노윤서는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거쳐 이제는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성장했다. 데뷔한 지 2년 된 신인인 노윤서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노윤서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단번에 체감이 된다. 노윤서는 지금의 성장이 있기까지 좋은 선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연기가 자신을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하게 만들었고, 그런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며 웃어 보였다.

아직 신인의 티를 벗지 않은 노윤서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며 푸릇푸릇한 열정을 보였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역할에 한계를 두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노윤서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청설', M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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