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컴백은 양날의 칼…남북긴장 해소·대중압박 혜택 기대"
[편집자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은 또 다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또는 주한미군 감축이란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대중국 관세공격의 유탄도 피하기 어렵다. 두번째 트럼프 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생존할 방법은 뭘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컴백은 양날의 칼입니다."
외교관 출신의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에겐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미동맹이 미국에도 분명한 이익인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우리 국익을 확실히 챙기는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약 30년간 외교관 생활을 해온 민주당 내 대표적인 외교통이다.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외교부로 옮겨갔다. 이후 FTA(한미자유무역협정) 무역규범과장, 주중국대사관 참사관,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정치권에는 21대 총선에서 평택갑 지역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며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속선상에 있어 (대통령에 당선돼도) 정책적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우리가 겪었던 4년보다 더 강한 개성의 정치로 돌아올 것이다. 안보나 경제 측면에서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특히 주목했다. 홍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산업 보호 우선주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 유럽 등 다른 나라도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대미 주요 수출국이자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에서 '방위비 분담금'(한미 간 주한미군 주둔비용) 재협상이 연일 거론되고, 미 정치권에서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고, 방위비 분담금을 10배로 늘릴 수 없다는 걸 본인도 알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등으로 기준이 명확하다"고 했다. 또한 "FTA의 경우에도 트럼프 정부 시절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해서 재협상했는데 실제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나타날 기회요인으로는 남북 간 긴장 상황 해소, 미국의 대중제재에 다른 반사이익 등을 짚었다.
홍 의원은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안보 문제인 남북 대립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두 차례 회담도 해 봤고,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강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 입장에선) 파병 문제 리스크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 사람 모두 상당한 강성 지도자인데 공교롭게도 서로 비교적 관계가 좋은 편인 면도 있다"며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경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소위 강 대 강 압박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남북 대립 상황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변화 없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오면 중국의 첨단산업을 좀 더 강하게 압박할 텐데 그 부분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을 바짝 쫓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산업 등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미국이 이전에 했던 약속이나 법안 등으로 기대됐던 인센티브(혜택)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했는데 이를 뒤집는다거나, 우리 기업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막는 상황 등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해 우리 국익을 확실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 요구에 접고 들어가면 그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중국·러시아 등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정책이나 입장에 호응을 해야 하고, 중국·러시아가 불편해할 정책을 불가피하게 취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굳이 먼저 나서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금의 외교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한중의원연맹 사무총장으로서 중국 방문도 몇차례 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번에 주중대사 국정감사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중국도 한미동맹을 인정한다. 우리가 미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는 상황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왜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멀리하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다만 전쟁이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고, 전쟁이 끝나면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며 "결국 우리도 다시 러시아에 수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국가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로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러시아의 협력은 필요하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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