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의 민폐도 호감으로 바꾼 김태리의 힘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성장 중인 한 인물이 있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참 민폐다. 분명히 민폐인데, 시청자들에게는 호감이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 속 주인공 정년이 그리고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가 그렇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인 윤정년(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다. 지난 10월 12일 첫 방송했다.
'정년이'는 첫 방송부터 정년이의 '소리 천재' 역량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매란 국극단에 입성 전, 후 국극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의 진짜 국극배우 같은 열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시청률도 쑥쑥 올랐다.
김태리의 활약에 '정년이'는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극 중 여주인공 정년이에 매료된 많은 시청자들은 정년이의 성장을 응원했다. 이는 김태리의 연기가 디딤돌이 되어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김태리의 열연은 보면 볼수록 민폐일 수 있는 정년이를 호감으로 바꾸어 놓는 마법을 선사해 더욱 흥미로웠다.
'정년이'가 주인공 정년이 국극배우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은 만큼, 그의 성장통이 그 전개의 핵심. 그런데, 이리저리 뜯어보면 적잖이 민폐다. 천재는 다 그런 것인지, "안돼"라고 하는 주변의 만류를 끝내 거부하고 "내 갈 길 간다"는 모양새다. 이에 주변 사람들도 적잖이 피곤하다. 펑펑 터지는 사건을 수습하기에 바쁘다. 수습이 잘 되고 있어 망정이지, 자칫 잘못하다가는 패가망신까지 갈 판이다.
정년이의 성장은 일단 어머니의 반대가 시발점이다. 소리를 하지 말라는 어머니 용례(문소리)의 뜻을 거스르고 야반도주를 선택했다. 자기 운명을 찾아 떠나는 선택이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집 나간 자식 걱정할 용례에게는 민폐였다. 이 설정에서 김태리가 국극 배우라는 꿈 하나로 인생 설계를 다시 한 정년이의 모습을 애처롭게 그려내면서 민폐의 씨앗을 제거했다.
집 떠나 매란 국극단으로 향해, 신입 연구생 선발 오디션을 치렀던 윤정년. 우여곡절 끝에 '보결 합격'을 이뤄냈다. 자신을 추천한 문옥경(정은채) 후광 때문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문옥경'이란 후광을 지워야 했던 정년은 더 열정적으로 나섰다. 이 열정에 주변 연구생들의 시기를 유발하기도 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국극을 이해해야 하지만, 정년이는 내키는대로 했다. 이타심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모난 돌이다. 여기 찌르고, 저기 찌르는 캐릭터. 이 또한 정년이의 매력이긴 하다.
정년이의 또 하나의 민폐는 '나섬'이다. 오지랖. 영서(신예은)와 갈등의 불씨도 영서의 삐딱한 생각보다, 막무가내로 먼저 다가서는 정년이의 성격 탓도 있다. '내가 좋으면, 너도 좋아야지'라는 방식인 것. '소리 천재'로 재능 앞세워 도도하게 나서는 태도였다면, 국극단 연구생 사이에서 '최강 민폐'가 됐을 것. 그러나 이 또한 김태리의 친근함 느껴지는 사투리, 표독스럽지 않는 표정과 목소리 덕에 중화된다. 털털함도 매끄럽게 소화해 낸 김태리의 열연에 되레 상대를 얄밉게 만든다. 상대도 그저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을 뿐인데 말이다.
이외에도 정년이의 민폐 영향력은 계속됐다. 다방 알바를 하는 주란(우다비)을 지켜주겠다고 자신이 국극단에서 퇴출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퇴출된 후에는 가수 데뷔를 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로 또 한번 인생 위기를 자초했다. 주란이 매란 국극단 단장 소복(라미란)에게 다방 알바 사건에 대해 이실직고 했고, 옥경이 정년이의 필요성을 소복에게 강조했다. 이에 소복이 나섰다. 꼬이고 꼬인 상황을 소복이 수습했고, 정년이는 매란 국극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소복이 나서 상황 정리에 독려까지 했다. 소복 입장에서는 참 쉽지 않았을 선택이었다. 열정 앞세웠던 정년이의 행동이 주위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김태리의 연기 마법에 도무지 정년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자신이 겪은 상황, 만났던 사람들과 나눈 감정이 더해져 폭주한 정년이. 스스로에게 과몰입 하면서 공연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6회(10월 27일)에서 '자명고' 공연에 군졸1, 단역으로 무대에 선 정년이는 튀었다. 즉흥연기까지 더한 열연, 과몰입은 주인공 못지않은 관심을 끌어냈다. 이에 소복이 정년에게 "연기 잘하려는 생각 버려라. 착각하지 마. 오늘 관객들은 널 보러온 게 아냐. 네가 튀어 버리면 극 흐름이 깨진다"고 경고했다. 이 말을 잘 듣고, 튀지 않으면 정년이겠는가. 정년이는 소복의 경고를 어겼고, 적벽가의 '군사설움'을 열창했다. 단역 군졸1이 느닷없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면서 '자명고'는 혼돈에 빠졌다. 이 상황, 소복뿐만 아니라 옥경, 혜랑(김윤혜), 영서, 주란이 "아니, 여기 주인공 따로 있다니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영서, 주란도 한계를 넘어 자신을 입증할 무대였는데, 단역 정년이 튀어나왔다. 이런 민폐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국극배우로 성장통 겪는 정년의 과몰입 과정은 김태리가 표현해 낸 절실함, 무대에서 홀로 일당백을 하고 있는 듯한 몰입력에 정년이의 민폐가 희석된다. 정년이를 연기하는 김태리의 모습에 빠져버리게 된 것. "김태리가 정년이 했네"라는 감탄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보면, '정년이' 속 정년이는 천재성 때문에 타인의 삶에 뒤흔드는 민폐 캐릭터. 현실에서 이랬다면, 주변 사람들 하루하루가 편할 날이 없겠다 싶다. 김태리의 당찬 매력과 정년이처럼 과몰입해 주위로 향할 시선까지 빼앗지 않는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극 중 정년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봐도 밉지 않은 이유가 김태리이니까 가능한 것. 이런 삐딱한 시선도, '정년이' 속 정년이의 성장과정이 좌충우돌 흥미롭게 펼쳐진 덕분에져볼 수 있는 재미다.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중인 '정년이'. 김태리의 열연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반환점을 돌고 후반부로 진입하는 '정년이'가 또 어떤 에피소드로 정년이의 성장 과정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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