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7번 중 15번을 맞힌 경제모델...이번엔 ‘이 사람’ 승리 점찍었다는데 [노영우의 스톡피시]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11.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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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미국만의 선거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은 물론 세계의 자금흐름과 무역질서까지 글로벌 정치 외교 경제 문제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의 선거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등판한 초기에는 해리스 후보가 우세를 점했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특히 백인 남성 부유층과 흑인 여성 아시아계라는 상징적인 진영대결 성격도 띠고 있어 선거 결과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제학자가 선거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 논문을 내놔 주목받는다. 논문을 낸 학자는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다. 고든 교수는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의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뛰어난 거시경제학자다. 그가 경제모델을 통해 내놓은 분석을 살펴보면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경제모델로 선거인단 확보 예측
미국 선거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 어려운 이유는 이 나라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미국은 국민적인 지지율이 높다고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아니다. 각주에 배정돼 있는 선거인단 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은 48.2%대 46.1%로 힐러리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27명대 304명으로 트럼프 후보가 압도했다.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를 제외한 미국의 49개 선거 주는 모두 해당 주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지역에서 큰 폭으로 이기고 박빙의 여러 지역에서 패하면 지지율은 높아도 확보한 선거인단수는 상대방에게 밀린다. 그동안 전국적인 지지율을 예측하는 경제 모델 많았다. 하지만 선거인단 수를 예측하는 경제모델은 거의 없었다. 고든 교수의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거와 관련해 현실적인 분석을 위해 선거인단을 예측하는 경제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경제 지표가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다. 다름으로 경제심리가 각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하고 마지막으로 이런 지지율이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예측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제적 분석 모델을 통해 1956년 이후 미국의 여당 후보가 얼마만큼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인가를 예측하고 이를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했다. 예측한 선거인단과 실제 선거인단 숫자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선거의 당락과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17번 선거중 15번 당락 맞춰
미국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고든 교수의 분석을 적용하면 1956년부터 선거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예측해 선거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2000년과 2016년 미국 대선을 제외하고 15번의 선거결과가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선거인단수의 예측은 오차가 있었지만 확보한 선거인단이 선거 승리에 충분한지 아닌지는 88%의 확률로 적종했다는 얘기다. 거꾸로 본다면 그만큼 미국 대선이 경제적 성과에 의해 좌우됐다는 얘기도 할 수 있다. 예측이 틀렸던 2000년은 엘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 간의 접전이 벌어져 검표 문제까지 발생했던 때이고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경쟁할 때이다. 고든 교수의 모델은 두 번 모두 민주당의 승리를 점쳤지만 선거 결과는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
고든 교수가 경제 지표로 활용한 변수는 세 가지다. 먼저 실업률과 자연실업률간의 차이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현 정권에는 불리하다. 그 다음은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은 절대 숫자는 물론 현 정권의 물가상승률과 이전 정권의 물가상승률간의 차이를 통해서도 분석했다.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증가율도 변수로 활용됐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평균 1인당GDP증가율과 최근 1년간 1인당 GDP증가율간의 차이가 변수로 사용됐다.
2024년 선거 트럼프 우세 예측
고든 교수의 분석결과 2024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는 145~18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의 대통령이 재선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의 모델과 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선주자로 등판했을 때의 모델 간에 예측한 선거인단 수는 다소 차이가 났다. 어찌됐건 2024년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얻을 수 있는 선거인단 수는 당선에 필요한 숫자 270명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해리스 후보가 얻을 수 있는 선거인단 수는 1956년 이후 17번의 선거에서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94명), 1980년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97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고든 교수의 경제적 분석 모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개인소비지출(PCE)물가 상승률은 바이든 정부에서 평균 4.2% 정도로 집계돼 이전 트럼프 정부 때인 1.6%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1인당 GDP증가율은 바이든 정부 때 평균 8.4%를 기록해 트럼프 정부 때 2.7%보다 높았다. GDP성장률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물가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나 경제지표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 결과다. 현재 정부의 경제적 성과는 과거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원인보다는 결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투표하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적 성과가 선거에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치 양극화, 포퓰리즘이 변수
분석이 갖는 한계도 있다. 모델이 예측한 선거인단수와 실제 선거인단수는 많게는 100개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197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모델이 예측한 수가 실제 선거인단이 예측한 수보다 165개나 적었다. 반면 2000년 선거에서는 모델은 실제 예측치보다 116석이나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모델과 실제 선거인단간에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면 해리스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 2010년 이후 미국 정치가 양극화 되면서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이념적인 부분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 정치가 양극화되면 선거결과가 박빙의 승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선거도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예년보다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이런 충격은 어느 정권의 탓이라기보다는 천재지변의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받은 경제 충격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제모델은 과거를 설명하는 것이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선거는 경제뿐만 아니라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미국의 분위기가 트럼프 후보 쪽이 우세를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세계를 선도한다’는 인식보다는 ‘우리라도 잘살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교묘하게도 이런 미국인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든 교수의 예측이 현실에서도 맞아 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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