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리벤지' 권해봄 PD, 코미디를 향한 리스펙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4. 11.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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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리벤지 PD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코미디 콘텐츠가 귀한 시대입니다. 순수 코미디로 이정도 성적을 낸 것은 고무적이고,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미디 리벤지'는 '코미디 로얄' 우승팀 이경규 팀(이창호, 엄지윤, 조훈)이 판을 깔고 K-코미디 대표주자들이 각 잡고 웃음 터뜨리는 코미디 컴피티션이다. 이경규팀이 우승 혜택이었던 넷플릭스 단독쇼 대신 K-코미디를 알리고자 뜻을 합쳤다. 박나래, 신기루, 문세윤, 이용진 등 코미디언이 새롭게 합류해 대결을 펼쳤다.

우선 권해봄 PD는 시즌1인 '코미디 로얄'과의 차별점에 대해 "시즌1은 다섯 명의 마스터들이 팀을 꾸려 '코미디로 붙어보자'는 형식이었다면 '코미디 리벤지'는 이경규라는 절대자가 전체적인 판을 벌이고 기획까지 나섰다는 점이다. 크게 달라진 점은 마스터 없이 팀원 형식으로 각자의 코미디 스타일에 맞는 팀을 결성했다. K-코미디를 대표하는 22명의 코미디언의 경쟁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시즌1 우승자 이창호, 엄지윤, 조훈, 이경규를 제외한 18명의 코미디언들은 공개 모집이 아닌 섭외를 통해 이뤄졌단다. 권 PD는 "'코미디 로얄'에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거나, 리벤지 매치를 하고 싶다는 점을 얘기하면서 섭외했다. 특히 이경규와 얘기를 나누며 섭외를 진행했다. 먼저 각 팀의 주축인 인물이 섭외가 되면 서로 추천하거나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렸다. 이번에는 팀 색깔을 확실히 다르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콩트, 토크, 숏폼, 유튜브 등 각자 코미디 스타일이 맞는 팀이 꾸려졌고 대결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코미디 리벤지 / 사진=넷플릭스 제공


권 PD는 이로써 이경규와 '마리텔' '코미디 로얄' '코미디 리벤지'까지 총 3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 유대가 깊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권 PD는 "함께 작업한지 4~5년 정도 되간다. 따님 결혼식에도 갔었는데 제가 하객분들을 다 알겠더라. 또 저를 가족처럼, 손주처럼 대해주셔서 그때 경규 선배와 가까워졌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같이 기획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대화도 잘 통했고, 합의점을 잘 찾아갔다"고 말했다.

사실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던 '코미디 리벤지'였다. 작품 공개를 앞두고 출연자 이진호가 갑작스럽게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해 제작진은 물론 제작사까지 당황스러웠던 바다. 권 PD는 당시 소식을 접했을 때 심정을 묻자 "제작발표회 30분 전에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고,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제 옆에 이경규 선배가 앉아있었는데 중심을 잡아주셨다. '사생활이고 프로그램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옳다"고 감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진호를 편집 없이 내보낸 것도 이유가 있었다. 22명의 코미디언들에 대한 존경심, 예의였다. 권 PD는 "박나래, 이용진, 문세윤 등 이미 상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코미디언들은 특히 리스크가 많았을 터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웃길 수 있는 기회로 기꺼이 출연했다"며 "이진호는 개인의 자격으로 출전한 게 아닌, 김용명, 문세윤과 함께 팀전으로 출전했다. 팀끼리의 티키타카가 중요하기에 이진호 출연 분량이 없다면 코미디가 성립할 수 없겠다 생각했다. 전체를 위해 편집 없이 내보내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코미디 리벤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코미디 리벤지 / 사진=넷플릭스 제공


권 PD의 또 다른 고민은 '개그 수위'였다. 지난 시즌1에선 원숭이 교미 개그를 내보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바, 이번 시즌2는 최대한 불편함 없는 방향으로 편집했단다. 권 PD는 "코미디에서 제일 중요한 게 선을 잘 타는 것이다. 흔히 넷플릭스는 수위가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상물 심의에 적용되는 매체이기에, 담겨진 원색적인 표현들은 15세 관람가 안에 있는 것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선을 잘 탔다고 생각한다"며 "원색적인 표현들이 코미디의 에센스, 핵심 조건이라 생각해 불편함을 다 빼 버리면 죽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코미디 자체를 해치기보다는 불편한 사람을 최소 하기 위해 편집 방향을 잡으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노력의 결과는 성적으로도 연결됐다. '코미디 리벤지'는 공개 후 톱 1, 2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권 PD는 "이전 시즌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덜한 것 같다"며 "특히 박나래의 뱀여인 분장 같은 경우는 성공한 코미디라 생각된다. 통념을 비튼 지점이다. 그런 면에서 원숭이 교미 개그는 통념을 비트는 지점이 없어 실패한 코미디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밖에 문세윤이 신기루를 로스팅(조롱개그)하는 장면, 2라운드 인프랍(상황극) 김치 싸대기 장면, 이재율의 홍진경 분장, 이선민의 담임 선생님 분장 등을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꼽은 권 PD다. 그는 "개인적으로 '코미디 리벤지'를 통해 코미디언에 대한 리스팩이 생겼다는 말이 제일 좋았다. 코미디에 대한 열정,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업들이 코미디언들에게 일생의 보람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때문에 리스팩이 생겼다는 말이 굉장히 뿌듯하더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 PD는 추후 시즌에 대한 희망도 내비쳤다. 그는 "시즌3에 대한 확답은 드릴 수 없다. 열쇠는 시청자분들에게 있다. 만약 다음 시즌이 있다면 더 많은 여성 코미디언들을 모시고 싶다. 장도연, 이수지 등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언제나 환영이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코미디 리벤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터뷰 내내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고민, 깊은 관심을 드러낸 권 PD다.

"코미디언이 웃기지 못하면 실패하는 사람이고, 비난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들이 있어요. 그러나 비판을 받으면 위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원색적으로 실패했다고 '원래 재미없는 애'라고 재단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미디에 대해 따뜻한 마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목표를 묻자 "웃음 타율이 높은 코미디를 기획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거기서 좀 더 감수성을 가지고 선의 기준에 대한 잣대를 강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코미디언들과 이런 자성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통념을 뒤집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업에 대한 꿈도 얘기했다. "저의 꿈이기도 하다. 국가간 코미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대항전을 벌이고 협업으로 지역색, 문화를 넘어선 코미디를 만드는 것 말이다. 미비한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하는 지점도 있고, 코미디언들 간에 나누는 공감대가 있다. 잘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더 갖춰진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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