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선수-감독으로 모두 우승'... '마에스트로' 김판곤의 낭만 지휘[울산 K리그1 3연패③]

김성수 기자 2024. 11.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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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울산 HD의 3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이끌며 왕조를 세운 사령탑은 선수로서도 울산의 영광을 함께한 사람이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최고의 지휘로 울산 하늘에 별 하나를 더했다.

ⓒ연합뉴스

울산은 1일 오후 7시30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울산은 이 승리로 승점 68점에 올라 리그 2경기를 남기고 승점 61점의 2위 강원에 7점 앞서 조기 우승을 거머쥐었다. 구단 통산 5번째 K리그1 우승(1996, 2005, 2022, 2023, 2024)이며 구단 역사상 최초의 3시즌 연속 우승이다.

전반 35분 울산의 오른쪽 스로인 이후 고승범이 오른발로 문전에 툭 넘긴 것을 루빅손이 가슴으로 잡아놓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강원의 골망을 갈랐다. 주심과 VAR실이 루빅손의 핸드볼 파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무려 8분이나 리플레이를 돌려보고 소통했지만 결국 골이 인정되며 울산이 1-0으로 앞섰다.

후반전에 들어선 울산은 우승에 더욱 다가가는 쐐기골을 터뜨렸고, 그 주인공은 주민규였다. 후반 8분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패스를 이청용이 오른쪽에서 받았다. 이후 이청용이 문전에 낮게 보낸 크로스를 주민규가 가볍게 왼발로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물론 강원도 우승 경쟁팀답게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후반 14분 울산 박스 앞 왼쪽에서 유인수의 패스를 받은 이상헌이 먼 포스트로 감아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대를 맞고 골문 안에 들어갔다. 강원의 1-2 추격.

하지만 지키면 우승인 울산이 결국 한 골의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구단 첫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다.

ⓒ프로축구연맹

'울산 왕조'를 위한 3연패를 노리는 2024시즌은 더욱 수월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울산이 당연하게도 시즌 초반 상위권에서 우승 경쟁을 한 반면, 전북은 초장부터 강등권으로 떨어지며 일찌감치 경쟁 상대에서 제외됐기 때문. 구단 규모의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했던 전북의 조기 부진으로 울산의 3연속 우승에 탄탄대로가 깔리는 듯했다.

하지만 축구에서 변수는 늘 따라오는 것이었다.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을 데려와 연승을 이어나간 포항, 윤정환 감독 2년차에 완전히 스타일을 바꾸고 '18세에 토트넘을 간' 양민혁까지 배출한 강원, 각 팀에서 군 복무를 위해 차출한 초호화 멤버로 승격과 동시에 우승 경쟁에 뛰어든 김천이 시즌 중후반부까지 쉽게 꺾이지 않으며 울산과 우승 경쟁을 펼쳤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이지만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항,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을 정도로 강등에 가까웠던 강원, 갓 승격한 김천이 동시에 터지는 것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여기에 울산이 시즌 도중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예기치 않게 보내며 순위 싸움이 더욱 혼돈으로 빠졌다. 20라운드 포항 원정 패배에 이어 21라운드 수원FC 원정에서 비긴 울산은 홍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22라운드 광주와의 홈경기에서도 패하며 좋지 않은 흐름에 빠졌다. 이경수 대행 체제에서 곧바로 서울전 승리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전북과 제주 원정에서 연패를 당하며 6경기 동안 단 1승에 그쳤다. 순위 역시 25라운드 제주전 패배 이후 시즌 최하 기록인 4위까지 떨어지며 3연속 우승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하지만 그 때 디펜딩 챔피언을 구원할 새 사령탑이 등장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판곤 감독이 울산에 온 것. 2023 카타르 아시안컵서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한국과 무승부를 거두는 등 임팩트를 보여줬던 김 감독은 선수로 뛰었던 울산에 28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오며 위기의 팀을 구하고자 했다.

김 감독은 울산에 다시금 위닝 멘탈리티를 심었다. 그 결과 26라운드 대구전 승리 직후 수원FC에 깜짝패를 당하긴 했지만, 그 다음 광주 원정을 시작으로 6승2무의 무패 행진을 달렸다. 해당 기간 동안 올 시즌 약했던 광주, 지난 시즌 천적이었던 대전, 선두 경쟁을 펼치던 강원(1승)-김천(1승1무)-포항(2승)을 모두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결국 선두에 복귀한 울산은 이날 홈에서 다시 한번 강원을 잡아내며 3년 연속 K리그1 재패에 성공했다.

ⓒ프로축구연맹

우승을 위해 중요했던 지난달 27일 포항 원정 경기 승리 후 기자회견에 임했던 김 감독은 이날 강원전에 우승을 이룰 수도 있는 점에 대해 묻자 "결정을 짓겠다는 마음보다는 매 경기 이긴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홈경기이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은 크다. 하지만 한 경기에 너무 에너지를 쏟다가 다음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하던 대로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차분함을 유지하며 팀에도 안정을 가져다 준 김 감독은 선수로서도 1996년 울산 첫 우승에 기여하고 '울산 왕조' 역시 완성한 감독으로 남게 됐다. 부드러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마에스트로 '판마에'의 지휘였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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