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차 탄 사람들 죽여"… 인간이길 포기한 악마들 [오늘의역사]

최진원 기자 2024. 11. 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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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2일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일당 6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사진은 영화 '논픽션다이어리' 예고편으로 행동대장 김현양(왼쪽)과 문상록의 모습. /사진=영화사진진 캡처
1995년 11월2일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일당에 6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지존파 일동은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5명을 납치해 살인을 저질렀다.
지금까지 국내에 없었던 연쇄살인 조직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검거 후에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여유를 보였고 자신들이 올바른 사상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듯 행동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개 살인 집단에 불과했다. 이날 형장 서게 된 지존파 일당은 서울구치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악의 범죄 조직 '마스칸'…잘못된 신념이 나은 범죄 조직


두목 김기환이 주도한 지존파 일당은 5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살해했다. 사진은 지존파 일당으로 알려진 인물들. /사진=채널A 유튜브 캡처
지존파로 잘 알려진 이들은 '마스칸'이라는 범죄 조직이었다. 당시 수사를 하던 형사들은 이들에게 마스칸이 아닌 지존파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고 사건이 유명해지면서 지존파로 많이 알려졌다.

지존파 일당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대부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중퇴한 채 막노동, 특수 범죄, 술집 웨이터 등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었다. 지존파 일당은 돈 많은 이들을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여겼고 90년대 등장한 '야타족·오렌지족' 등을 죽이겠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두목 김기환은 1993년 조직을 결성하기 위해 인원을 모았고 6명의 조직원(강동은, 김현양, 문상록, 백병옥, 강문섭, 송봉우)을 모았고 범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그해 7월 충남 논산군 두계역(현 충남 계룡시 계룡역) 일대에서 퇴근 중이던 은행원 A씨(23·여)를 납치 후 성폭행 후 잔인하게 살인했다. 김기환은 A씨를 목 졸라 살해하며 "사람 죽이는 시범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원 중 가장 어렸던 송봉우(당시 18세)는 죄책감에 못 이겨 조직을 이탈했다. 나머지 일당들은 송봉우가 경찰에 자수할 것을 우려해 추적에 나섰고 집단 폭행 후 살해했다.

두 번째 살인까지 마친 지존파 일당은 전남 영광군 일대에 아지트를 만들어 '살인 공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지트 지하에 감옥, 무기고, 시체 소각로 등 살인을 위한 시설을 완비한 채 새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지존파 일당은 경기 남양주시 일대에서 그랜저 차를 타고 있던 B씨(36·남)를 납치해 살해했고 동승자 C씨(27·여)를 납치 및 성폭행했다. 또 사망한 B씨를 자동차에 태워 사고로 위장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살인은 계속됐다. 지존파 일당은 1994년 9월13일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남편 D씨(43)와 부인 E씨(35)를 아지트로 납치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부부에게 1억원의 몸값을 지불하면 풀어줄 것을 약속했고 8000만원의 돈을 갈취했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부부를 살해했다. 또 살해 당시 먼저 납치했던 C씨에 손에 강제로 총을 쥐여준 후 발포하게 하는 잔인함을 보였다.


"인간이길 포기했다" 무고한 시민을 죽인 살인귀들


지존파 일당의 악행은 생존자가 탈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은 검거 후 인터뷰를 하는 김현양(왼쪽)과 강문섭. /사진=JTBC 유튜브 캡처
지존파 일당의 악행은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C씨가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C씨는 일당의 행동대장 김현양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C씨는 영광에서 서울까지 도주했고 서울 서초경찰서에 지존파 일당의 범죄 사실을 알렸다.

그동안 일당은 탈출한 C씨가 서울로 향한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영광경찰서 앞에서 3일 동안 잠복을 이어갔다. 경찰 당국은 영광에서 2일 전 지존파에 합류한 이경숙을 포함한 모든 조직원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검거된 이들은 언론들 앞에서 궤변을 쏟아냈다. 이들은 "돈 없다고 무시하는 것들을 죽이지 못해 한이다"라고 답하며 자신들의 살인을 정당화했다. 김현양은 자신이 식인했다고 밝히며 "인간이길 포기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했다.

지존파 두목 김기환은 두 번의 살인 이후 여중생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이후 지존파 일당의 두목으로 밝혀져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기환은 사형 선고받은 직후 "전두환, 노태우는 무죄인데 나는 왜 유죄냐 세상 법이 이상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존파 일당의 신념과 다르게 사망한 피해자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그저 고급 차를 탔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을 죽인 살인마였고 검거 1년2개월 만에 사형됐다. 사망 당시 이들의 나이는 21~27세에 불과했다.

최진원 기자 chjo06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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