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울버린’이 현실로? 전기 자극 주니 새살 돋아나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활용 상처치료 전자약 개발
상처에 전기자극 주면 주변 섬유아세포들이 이동해
혈류증가·염증감소·콜라겐분비 유도···세포 재생 효과
부작용 적은 전자약, 다양한 질환으로 적용범위 확대
공상과학(SF) 영화 좋아하세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엑스맨’ 시리즈에는 돌연변이로 인해 기이한 능력을 갖게 된 초능력자, 일명 '뮤턴트'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자기장을 이용해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매그니토’가 철로를 엿가락처럼 갖고 노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죠. 뮤턴트들의 정신적 지주인 ‘프로페서X’는 텔레파시와 독심술로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도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저의 ‘최애’ 캐릭터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상남자 스타일의 ‘울버린’이었는데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울버린이 손등에서 '클로'를 꺼내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친구들과 어떤 초능력을 가장 갖고 싶은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클로가 울버린의 시그니처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초능력 덕분입니다. 영화에서는 피부나 근육 등에 난 상처를 초고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고 해서 ‘힐링팩터’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자가 치유능력이 아니었다면 울버린이라도 매번 단단한 물질이 손등을 뚫고 나오는 걸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힐링팩터 기술을 머지않아 현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내 연구자들이 흉터를 최소화하면서도 상처가 더 빨리 회복되도록 돕는 ‘전자약’을 개발했거든요. 삼성서울병원 최병옥 신경과 교수와 이종희 피부과 교수, 김상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자가구동 상처치료 전자약(전기밴드)입니다. 상처에 전기자극을 주면 주변 섬유아세포들이 이동해 혈류증가, 염증 감소, 콜라겐 분비를 유도해 상처를 메우는 세포 재생 효과를 이용했습니다. TV·노트북·핸드폰 등 일반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50·60 헤르츠(㎐) 전자기파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충전이나 외부 전원 공급 없이도 구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스크래치, 절단된 면을 치유하는 신소재 연구를 통해 힐링팩터 기술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액정이나 본체에 흠집이 날까봐 혹은 좁은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열다가 ‘문콕’ 사고가 벌어질까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죠. 주로 정보기술(IT)에 적용했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바이오 의학 분야에 접목한 겁니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가 충분해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세포 이동 실험에서 배양접시 위에 상처를 모방한 빈 공간을 만들고 전기자극을 줬더니 주변 세포의 95.6%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그에 반해 전기자극이 없을 땐 63.1% 정도만 이동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세포독성 검사에서 세포 생존율은 100%였고 전기자극으로 인한 DNA 손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전자약의 월등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죠. 연구진은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해 다른 분야 기술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왜 약이냐고요? 전류·자기장 등 에너지로 뇌 또는 신경 기능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를 전자약이라고 부릅니다. 전자약은 기존 화학 약물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고 음식물 섭취 능력과 무관하게 집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토대로 치료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미세전류를 활용해 우울증, 편두통 등을 치료하는 전자약은 이미 상용화됐고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치매 등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퇴행성 질환에서도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죠. 영화 속 상상력을 뛰어넘는 혁신 기술들이 의료 현장에서도 하루빨리 구현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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