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 베리만 "아이가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접근성 보호해야"[조수원 BOOK북적]

조수원 기자 2024. 11.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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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알마상 총괄 책임자인 오사 베리만이 강연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아이가 체험하는 세상을 거울처럼 반영하거나 아이의 세상을 확장해 주는 책이 중요하고 접근성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아동계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알마상)' 총괄 책임자 스웨덴 예술위원회의 오사 베리만은 아이들의 문학에 대한 접근 취약성에 주목했다.

"근래 몇 년간 책이 금지되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다소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강제로 책을 금지하고 있는데 아이들 문학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 국제교류를 위한 해외 주요 인사 초청' 사업으로 방한한 베리만의 이날 강연 주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메모리얼 어워드, 아이들이 훌륭한 이야기를 접할 권리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유산'이었다.

알마상은 2002년 작고한 스웨덴 대표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추모하기 위해 그해 제정된 상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학 접근성이 민주주의와 개방성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방랑자 라스무스' 등으로 알려진 아동문학 작가다. 린드그렌은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시상식에 아동 폭력 반대 메시지를 발표했다. 아이 육아 과정에서 어느 유형으로든 폭력이 없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곧 스웨덴 법 자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베리만은 "1979년 스웨덴에서 전 세계 최초로 아동을 향한 모든 유형의 육체적·심리적 폭력이 금지됐고 체벌은 영구 금지됐다"며 "이는 아스트리드가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알마상 총괄 책임자인 오사 베리만이 강연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리만은 지난해 미국 작가 로리 할스 앤더슨의 수상을 예로 들며 최근 세계적으로 믄제가 되는 책 검열과 금서를 지적했다. 앤더슨의 책은 강간 피해를 다룬다는 이유로 아동이 읽기 부적절하단 지적을 받아 금서로 지정됐다.

"2015년 처음 로리 할스 앤더슨이 후보자로 선정됐을 때는 (그의) 도서가 금지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금지된 상황에서 알마상을 수여함으로써 세상에 선언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베리만은 원주민 문맹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원주민 문맹 퇴치 재단 활동에 대해 "호주 원주민들에게 수백 개 언어가 있는데 상당한 수의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택한 언어로 책을 읽지 못하면 언어가 사라져 문화, 역사, 조상, 소속감을 상실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원주민 아이들이 본인 문화와 본인 언어가 담긴 세상에 접근성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독서에 대한 접근성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알마상 총괄 책임자인 오사 베리만(왼쪽)이 강연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1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알마상 외에도 베리만은 스웨덴 예술위원회가 하는 독서 홍보 사업을 소개했다. ▲북스타트(도서관원 가정방문) ▲독서 앰버서더(대사) 활동 등이다.

베리만은 부모가 0~3세 미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험이 가진 긍정적 영향도 설명했다.

베리만은 "다수의 조사에 따르면 책을 읽어주며 자란 아이들은 5만 단어를 배우는 반면 읽어주는 사람 없이 자라는 아이는 1만5000단어를 배우게 된다"며 "갓난아기에 가까우면 책의 내용을 이해 못 해도 부모가 읽어주면서 유대감을 느끼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는 도서관원이 가정에 방문하는 사업도 부연했다.

"이민자들 많이 거주하는 지역, 다문화 지역에서만 진행한다"며 "시민이 도서관에의 접근성, 도서관에 방문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는 곳에 방문하는데 집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문을 통해서 부모들이 정기적으로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베리만은 2020년 알마상을 받은 '구름빵' 백희나 작가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언급했다.

베리만은 "아동문학이 국경선에 한정되지 않고 온 곳에 퍼트려진다고 느껴졌다"며 "백희나 작가가 수상했을 때는 스웨덴 번역 책이 한 작품도 없었지만 지금은 책 6권이 스웨덴어로 번역됐다"고 했다.

"이탈리아 출판 담당자를 만났는데 가장 중요한 그림책 작가님이 백희나라고 여긴다고 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에게 퍼트려져야 한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축하한다"며 "이제 한국 작가분들께서도 전 세계에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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