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 어때?" 흑백요리사 레시피 따라하면 저작권법 위반?

'레시피=아이디어' 저작물 아냐…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상표권 신청
레시피 외 로고·이미지 등 콘셉트 도용하면 '문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식당 예약은 어렵고, 맛은 궁금하고"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 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각 경연 단계마다 우승한 음식 조리법(레시피)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선 밤 티라미수, 알리오 올리오 등 주목도가 높았던 일부 메뉴의 조리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부산에선 프로그램 속 음식 레시피를 재해석한 음식점이 문을 연다.

통상 레시피는 창작 결과가 아닌 과정에 불과하고, 재료 간 조합으로 간주해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다. 레시피를 단순히 모방해 영상을 찍거나 음식점을 차리는 것만으론 경연자들의 권리 침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넷플릭스 측에서 '흑백 요리사'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한 만큼 상표 등록이 완료된 후 프로그램 로고 등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선 흑백 요리사에서 소개된 여러 메뉴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방송 화면에 흑백 요리사로고를 넣거나, 방송 영상 등을 편집해 넣으면서 시선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A 씨는 "방송을 보다 보면 맛이 궁금한 요리들은 많은데, 실제 출연진들의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 보니 레시피를 검색해 보는 것 같다"며 "밤 티라미수나 알리오 올리오 같은 건 너무 난도가 높지 않아서 영상을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런 인기에 힘입어 부산에서 '흑백 요리사' 팝업 매장(임시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가게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해당 매장은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이 안대를 쓴 모습과 '흑백 요리사' 명칭을 모방, 프로그램에 나온 요리들의 조리법을 재해석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시피 자체로는 문제 안 되지만…'흑백 요리사' 상표권 등록 이후엔 처벌될 수도

일각에선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이 각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 해당 레시피가 특정 방송에 소개된 점을 고려할 때 레시피를 따라 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레시피 자체는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특허청 등에 따르면 레시피가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선 △신규성 △진보성 △산업적 이용 가능성을 충족해야 등록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만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재료 비율, 조합 방식 등에서 일반적 조리법과 차별화된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선 이를 명확하게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저작권의 경우 등록 없이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지만, 레시피 같은 아이디어 등엔 적용이 불가능해 보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박민흥 대표 변리사(와이즈업특허법률사무소)는 "레시피의 경우 소스의 조합이 독특하거나 공정이 일반적이지 않아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특허권이 인정돼 왔다"며 "개인이 개발한 레시피라도 요리 경연대회에 나왔던 방법이나 음식 등을 따라 해 영상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권리 침해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레시피 활용에 그치지 않고 흑백 요리사 로고 등을 가게 홍보나 영상에 활용한다면 추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8월 22일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대한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출원된 내용은 이의 신청 및 등록 요건 불충족 등 사유가 없는 한 심사를 거쳐 최종 등록되며, 그 기간은 1~2년가량 소요된다. 지금은 아직 출원 단계라 음식점이나 영상 등에서 흑백 요리사 로고나 프로그램 형태를 따라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등록 완료 이후 넷플릭스 측에서 문제 삼을 경우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국내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가 최근 승소한 상표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표적이다. 특허법원 제24부는 우영미를 운영하는 의류기업 쏠리드가 의류 판매 쇼핑몰 운영자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비록 A 씨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티셔츠 속 'WOOYOUNGMI' 글씨가 쏠리드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WOOYOUNGMI'와 서체, 배경색 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재판부는 큰 틀에서 동일한 상표라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