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연 80만원 넘게 준대" 우르르…이 섬, 인구가 늘어났다

신안(전남)=권다희 기자 2024. 11. 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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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태양광 발전사업 이익 공유 후 인구 증가

"기적이죠. 실제로 인구가 늘었어요. 섬에서 인구가 증가하는 건 기적이라고 봅니다."

남세일 전남도청 에너지정책과 집적화단지팀장은 지난달 25일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가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 언론인 현장 워크숍에 참석해 태양광 발전단지 이익을 주민들에게 공유한 지역에서 인구가 증가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해솔라에너지가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지은 99.9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2022년 9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발전부지 약 30만평에 지어진 이 발전소에선 신안군 전체 세대가 쓸 수 있는 전력의 약 1.7배인 연간 약 13만MWh의 전력이 만들어진다. /사진=권다희 기자
풍부한 햇빛+바람, 최대 소금 생산지서 최적 태양광 입지로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를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서 인구가 주요 주제로 오른 건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역 인구 증가로 이어진 실례가 등장해서다. 일조량, 바람, 넓은 땅 등 수도권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 고유의 자연이 해당 지역 인구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원이 되고 있는 것.

전남지역에서도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태양광 발전 입지로 꼽힌다. 좋은 일조량과 적절한 바람이라는 자연환경 덕이다. 신안이 국내 최대 소금생산지역인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신안군 임자도에서 약 100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해솔라에너지의 이동욱 발전소장은 "소금 생산량이 많은 곳은 태양광 발전량도 좋다"며 "좋은 태양광 발전 입지의 조건은 일사량과 바람인데, 전반적으로 햇살이 좋은 전남에서 신안은 바람도 좋다"고 했다. 태양광 모듈은 전력생산 중 온도가 높아져 열 효율이 떨어지는데, 바람이 열을 식혀 발전기의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발전에 부합하는 자연환경에다 서울의 약 22배에 이르는 면적을 갖춘 신안군은 전국 지자체 중 태양광 발전단지가 가장 많이 지어진 지역이다. 올해 3월 허가용량 기준 767MW의 태양광 발전단지가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준비 중이다. 안좌도에 있는 288MW 규모의 쏠라시티, 2022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임자도의 100MW 태양광 발전소, 준공을 앞둔 200MW 규모 비금도 발전소 등 전국적으로 손에 꼽히는 대규모 단지가 신안에 몰려 있다.

자연환경만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확대된 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이 있었다. 신안군은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재생에너지 이익을 주민들에게 공유하는 지침을 국내 지자체 중 최초로 마련했다. 난개발을 막는 동시에 주민수용성 문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풀어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후 조례를 17번 개정해 인구소멸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방향으로 제도를 진화시켜 왔다.

'햇빛연금'이란 이름의 태양광 발전 이익공유제가 신안이 만든 대표적 정책이다.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일정 거리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주민참여에 따른 발전 이익의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발전소와 가까운 곳에 살면 더 많은 이익을 공유 받는다. 2021년 안좌도와 자라도를 시작으로 같은 해 말 지도, 2022년 사옥도, 지난해 임자도로 대상 지역이 확대됐다. 지역 인구소멸을 해소할 방안으로 '햇빛아동수당'도 만들어 지난해부터 군 아동들에게 이를 지급했다. 농협과 업무협약을 맺고 18세이하 아동들에게 연 7.5% 금리의 통장을 만들어 이 통장에 일정 금액을 넣어주는 형태의 햇빛아동수당도 만들었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신안군에서만 약 578MW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인근 거주 주민 약 9600명이 햇빛연금을 받고 있다. 남세일 팀장은 "비금도와 증도에서 각각 200MW 씩의 발전이 시작되면 약 1만7000명 정도가 햇빛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신안군 인구의 약 46%"라 했다. 연금 액수는 연간 최저 8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다.

지난달 25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남세일 전라남도 에너지정책과 집적화단지팀 팀장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생산과 정책'을 주제로 강의하는 모습/사진제공=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햇빛연금 지급 후 인구 증가…받은 배당금으로 지역주민들 지역 내 소비"
신안군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이는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가 지역 인구소멸을 막는 장치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신안군 인구는 올해 9월 기준 3만8133명으로 지난해 말 3만8037명 대비 96명 늘었다. 2014년 4만3747명에서 지난 2022년 3만7858명까지 13% 줄었던 인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인구가 유사한 전남의 인근 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선 지역이 군 전체의 인구 증가를 견인했다. 햇빛연금 지급이 가장 먼저 시작된 안좌면을 보면, 인구가 2021년 12월 2752명에서 2022년 말 2830명, 지난해 말 2947명, 지난 9월 3036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신안군 전체 인구가 줄었던 2022년에도 이 지역은 인구가 늘었다. 역시 100MW 규모 태양광발전단지가 들어선 임좌면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3215명으로 2022년 말 3157명 대비 증가했다. 또다른 햇빛연금 지급 지역인 지도읍의 등록 인구수는 9월 말 4414명으로, 2022년 말 4221명 대비 4.5% 성장했다.

지자체, 사업자와 주민들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온 임자도 신재생에너지 주민군협동조합의 이명진 사무국장은 "배당금(햇빛연금) 지급 이후로 임자도에서 56명 정도 주민이 늘어났다"며 "신안에서 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임자도는 인구소멸이 아니라 증가했다"고 했다. 그는 또 "임자도에서 배당금은 지역 내에서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 현금이 아니라 상품권으로 지급되는데, 현금으로 지급될 때는 돈 안 쓰고 손주들에게 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제 지역 식당에서 식사도 하신다"고 했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반발도 있었다. 이명진 사무국장은 "인허가 전까지 주민들이 무서울 정도로 반대를 많이 했는데, 주민참여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반응이 점차 좋아졌다"며 "배당금 지급 대상자 등록을 받기 시작하자 면사무소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이 몰렸고, 가까운 지역 약 2900명이 1주일 내 신청을 마쳤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태양광 발전단지 1km 이내 거주 주민들도 '햇빛 반사 때문에 불편하다' 등의 속설이 실제로 아무 상관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태양광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걸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과의 이익 공유가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사업자 측 반발도 있었지만, 남세일 팀장은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0.2는 사업자가 아니라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이니, 이 정도 인센티브는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발전사업은 통상 자기자본 약 10~15% 프로젝트파이낸싱 85~90%의 구조로 사업비를 조달하는데, 정부는 자기자본의 20% 혹은 전체사업비의 4% 이상의 사업자금을 주민참여로 조달하면 0.2의 REC 가중치를 준다. 신안군 조례는 재생에너지 개발사가 자기자본의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참여로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불충분한 전력망(계통)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려는 구상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다. 아직 전남지역 민간 발전사업장에서 출력제어가 빈번하지는 않다고 한다. 이동욱 발전소장은 "임자도 발전소가 운영된 지난 2년 동안엔 출력제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전남 지역은 대규모 산업생산 시설이 없어서 데이터 센터 등이 들어오면 좋은데 이를 위해서는 한전 계통 설비 증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안(전남)=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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