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페라리 와라"...막연했던 우승, 전설의 선택은 [권마허의 헬멧]
다음해 '전통 강자' 페라리로 이적
초기 차 문제로 우승권 멀어졌지만
끊임 없는 도전으로 7라운드 우승
주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페라리가 놓여 있는 힘든 상황이 오히려 슈마허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탓에 낡은 고카트를 탔지만 우승을 밥 먹듯이 했던 그의 승부욕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그는 아마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던 페라리에서 우승한다면 정말 전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지인들도 "폐타이어로도 우승했는데, 페라리에서 못할 것도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1996년, 슈마허는 결국 페라리에 입단하게 됩니다.
이적 후 그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찔렀습니다. 어디든 그가 가는 곳엔 카메라가 따라 붙었고, 베네통 시절보다 더 많은 팬들이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참고로 F1 역사상 가장 오래된 팀 중 하나인 페라리는 팬층이 아주 두껍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페라리를 종교처럼 생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차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그의 팀 동료 에디 어바인(1996~1999년까지 페라리 소속)은 "차에 타자마자 다른 차와는 너무 달라서 걱정이 앞섰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걱정은 곧 현실이 됐다. 차는 재앙 자체였다"며 "차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딱히 손 쓸 방도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페라리의 차체는 아예 설계가 잘못됐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1996년 4라운드 바레인 그랑프리 전 퀄리파잉 1(Q1)에서 슈마허의 차가 멈춰섰습니다. 차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속도는 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엔진 이상으로 차가 멈춰섰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견인 트럭에 차와 함께 실린 슈마허의 표정이 무력해 보일 정도로 부진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평소 말이 없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슈마허가 페라리 이적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당시 차 상태가 얼마나 좋지 못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난 몽상가가 아닌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다"며 단순한 감정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페라리 차고의 불이 24시간 켜 있던 것도 이때부터 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슈마허가 있었습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당시 슈마허는 정비공 세명과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밤 늦게까지 차와 씨름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드라이버들도, 팀 관계자들도 모두 떠난 시간이었습니다. 차의 상태를 그만큼 중시한다는 그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그의 아내 코리나 슈마허가 "그가 페라리에서 활동하는 동안 식당에서 제대로 식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밤 10시까지 미팅을 하기도 했고, 계속 텐트에서 지냈다"고 말할 정도니, 그의 열정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적 후 거둔 첫 우승은 슈마허에게도, 페라리에게도 아주 의미가 컸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슈마허의 건재함과 전통 강자 페라리의 귀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경기가 됐죠. 팀 동료 이바인은 "(슈마허가) 어떻게 그 차로 우승했는지 모르겠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회상했습니다.
다음화에서는 슈마허가 페라리에서 달성한 업적을 조금 더 다루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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