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돈대로 쓰는데…"종이 빨대? 안 사 먹어" 외면, 결국 사라지나

이재윤 기자 2024. 1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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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로 주목 받았던 '종이 빨대'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종이 빨대 대신 음료 용기나 라벨 등 다른 부자재에서 플라스틱을 저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종이 빨대를 도입했지만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다.

음료 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종이 빨대 보단 다른 플라스틱 저감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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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카프리썬, 남양유업 팩두유 플라스틱 빨대로 전환 추진…부착형 종이 빨대 사용 제한적 "확산 어려워"
음료 제조기업 종이빨대 사용 현황/그래픽=김지영

친환경 소재로 주목 받았던 '종이 빨대'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교해 쉽게 물러지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가격도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고, 이에 따른 매출 하락과 비용 부담은 음료 제조사들이 떠맡아야 한다. 종이 빨대 대신 음료 용기나 라벨 등 다른 부자재에서 플라스틱을 저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음료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의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종이 빨대 도입 이후 20개월 만이다. 당초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종이 빨대를 도입했지만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다. 파우치 음료의 특성상 빨대로 포장재를 뚫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농심은 절단면 각도를 조정하고, 강도도 보완했으나 불만은 계속됐다.

종이 빨대는 카프리썬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해오던 카프리썬 판매량이 지난해 13%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추가로 16% 가량 줄었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플라스틱 저감 노력은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생생우동' 포장 방식을 변경하는 등 지난해 플라스틱 1990톤(t)을 감축했다.

남양유업도 소비자 불만이 계속 접수 돼 플라스틱 빨대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남양유업은 종이 빨대를 '맛있는 두유GT' 등 테트라팩(멸균팩)을 사용한 제품에 적용했으나 플라스틱으로 다시 변경하고 있다. 다만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활동으로 떠먹는 불가리스, 천연수 등을 무라벨 전환하고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스트로우 프리 컵커피 제품도 선보였다. 커피믹스 소박스 플라스틱도 없앴다.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면서 부착형 종이 빨대가 확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식감과 맛을 고려해 곡물 음료인 '어메이징오트'에만 종이 빨대를 적용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스타벅스 컵 커피' 일부 제품(270ml)에만 종이 빨대를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음료 등은 부착형 빨대를 제공하고 있지만 종이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없다.

음료 제조사들은 오히려 빨대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스트로우 프리 제품을 공급하거나, 용기에서 플라스틱을 저감하는 활동을 벌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매일유업은 최근 플라스틱 빨대와 뚜껑까지 제거한 컴포리드(흘림방지 이중리드) 컵커피 '마이카페라떼'를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는 무게를 18.9% 줄인 '초경량 아이시스'를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무라벨 제품인 '씨그램 라벨프리' 등을 선보였다.

종이 빨대의 값비싼 가격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빨대 가격은 소재에 따라 플라스틱이 10~15원 정도이며, 종이는 30~40원 수준이다.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대량 구매를 해야하는 음료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음료 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종이 빨대 보단 다른 플라스틱 저감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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