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10월 27일에 실시되었던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15년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으로 두 정당은 합계 215석으로 중의원(총 465석)의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이시바 총리 내각이 붕괴될 위험이 떠올랐지만 자민당이 중도성향의 국민민주당(國民民主黨, 약칭 '국민')과 예산, 세제 문제에서 정책 연대를 하기로 하면서 일종의 '부분연합'이 성사되었습니다. 이름은 정책 본위의 연대지, 사실상 '자민-공명-국민'(自公國) 연합이 탄생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의석을 기존보다 4배 많은 28석 얻는데 성공한 국민민주당은 '대결보단 해결', '정책본위'를 내세우며 '개혁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자민당과 협상에서도 연립내각에 참여해 내각 각료직을 얻는것보다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는것을 택하기로 하면서 정책별로 연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우선 예산, 세제 문제에서 자민당과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민주당은 중의원에서 선출하는 총리 선거에서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 노다 전 총리 지지를 거부하고 자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55세)에게 표를 던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이시바 총리가 중의원에서 다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어쩌면 승자는 이시바 총리일수도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와 늘 대척점에 서왔던 아베 전 총리의 계파 의원들이 정치자금 스캔들 즉 이른바 '뒷돈'(裏金) 사건에 연루되어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 출마하거나 또는 공천을 받아 출마했더라도 대거 낙선했습니다. '뒷돈' 사건에 연루된 자민계(자민당 탈당후 무소속 출마자 포함) 후보는 18명이 당선되고 28명이 낙선했습니다. 이들은 상당수가 구 아베계입니다. 아베계의 몰락으로 이시바는 당내 견제세력이 약해졌고, 또 정계의 무게중심이 입헌민주당 등 '리버럴' 쪽으로 많이 옮겨가게 되었기 때문에 자민당 역시 좀 더 리버럴한 쪽으로 정책방향이 옮겨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시바 총리에게 유리한 것입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의 기반은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2006년 재임)가 무너뜨렸고, 그 덕에 민주당 내각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이즈미 개혁 이전까지 일본 우체국(일본어로는 '郵便局')은 우편업무 외에 은행업무도 가지고 있었고, 지방에 사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우체국에 저금을 해뒀습니다. 그 때문에 일본정부의 우정국 관할하에 있는 우체국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장기집권 하던 자민당 정치가들이 이 우체국에 영향을 미쳐 자기 지역구의 건설업자들에게 금융지원을 제공하도록 만들고 지역 관급공사를 실시해 지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관행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즉 정치인들(특히 중의원 의원)은 우체국의 예금을 이용해 지역의 토건사업을 벌이고 토건업자에게 특혜를 줘, 지역민과 토건업자들(보통 지역유지입니다)의 강고한 지지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우체국에 우편 업무만 남겨놓고 금융업무를 분리시켜버리는 개혁을 단행해 이러한 지역민, 지역토건업자들과의 유착 시스템을 부셔버렸고 이때문에 일본에도 양당제 내지 다당제의 가능성이 열렸던 것입니다. 고이즈미는 총리가 될 당시 자신은 '자민당을 해체하기 위해 총리가 된다'고 할 정도로 국내정치의 개혁이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개혁의 도움을 받아 자민당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당 정권이 등장했지만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이 발생하였고 민주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에 따라 다시 자민당 집권으로 돌아왔습니다. 3.11 대지진이 없었다면 일본도 정권교체가 계속 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민주당의 국정능력에 대한 불신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보면 3.11의 여파는 이제 어느 정도 약해진 것 같고 야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이번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지휘했는데, 인기 있었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이자, 본인도 미남이고, 부인도 미모의 유명 프랑스계 혼혈 앵커인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은 언젠가는 자민당 총리가 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국 노동당이 첫 예산안을 제출했습니다. 예상대로 '더 많은 세금, 더 많은 재정지출'이 기본 성격입니다. 영국 내각의 제2인자인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10월 30일 400억 파운드(약 71조 원) 이상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세입 증가폭은 반세기 이래 최대 증가폭이 된다고 합니다. 세금만 더 걷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 정부는 국채발행도 늘리겠다고 합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내용은 고용주가 분담할 국민보험분(연금, 의료)을 늘린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총 260억 파운드(약 45조 원)를 더 걷겠다고 합니다. 주식 등을 매각할 때 내는 자본이득세도 인상하고, 사립학교 수업료의 부가가치세도 인상합니다. 리브스 장관은 "경제성장을 이끌 유일한 길은 투자, 투자, 투자"라면서 세수와 차입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공공투자에 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당 정부는 공약에 따라 최근 국부펀드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통해 대규모 투자(700억 파운드, 약 41조 원)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노동당 정부는 확대된 세수와 차입을 통해 교육, 공공주택, 녹색에너지 부문에 지출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멕시코 집권당은 대법관을 포함한 판사들의 직선제를 도입했는데, 이에 반발해 11명의 대법관 중 8명이 사직계를 제출했습니다. 2025년 6월로 예정된 판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모레나)에 가까운 3명의 대법관은 자리에 남았습니다.
북한이 분주합니다. 러시아로 파병을 하고 ICBM 기지를 공개하더니 10월 31일 오전에 동해상으로 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ICBM급이어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고각 발사를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각 발사는 일반적인 발사각도(30~45도)가 아닌 직각에 가깝게 발사해 공중으로는 높게 올라가지만 낙하지점은 멀지 않은 곳을 택하는 발사방식입니다. 이번 미사일은 87분간 비행을 한 후 동해에 떨어졌습니다. 대기권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대기권 재진입 시험도 될 수 있습니다. 대기권 재진입은 고열이 발생하는데 미사일이 고열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가지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미국 CNN은 소수 북한군 병사들이 이미 우크라이나 안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고, 리투아니아의 NGO인 '블루옐로'는 현지언론에 "지난 25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부대와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처음 육안 접촉을 했다"며 "내가 알기로 북한군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1명은 그가 부랴트인이라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외 언론에서 이 살아남은 북한 병사로 추정되는 환자의 영상을 보도하고 있지만 북한 억양의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 화면의 환자가 북한병사인지 사실 여부는 더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리스, 트럼프 후보는 11월 5일 실시 예정인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유세를 펼쳤습니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불렀고, 트럼프는 해리스를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로 불렀습니다. 현재 전국지지율과 7개 경합주에서 양 후보의 지지율은 '박빙' 상태지만, 2016년, 2020년 두 선거 모두에서 확인된 '샤이 트럼프' 표가 이번에도 숨어 있다면 트럼프에게 조금은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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