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염전·논밭에 깔린 태양광... "전기 만들어도 못 쓸 위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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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을 하면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야 하는데, 한전 변전소에 2031년까지 연계 불가랍니다. 마을에서 '미국 한전이 있으면 거기에 전기 팔고 싶다'는 하소연까지 나와요."
문제는 기술도 있고 준비도 마쳤지만 정작 전기를 생산해도 '판매할 곳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력계통 문제에 태양광 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대규모 사업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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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 '주민 참여' 태양광 발전소 가보니
염전 부지, 볕 좋고 바람 불어 태양광에 적합
문제는 '31년까지 연계 불가' 꽉 막힌 전력계통
"전력 수요 분산하고 요금 차등제 실효성 있게"
"태양광 발전을 하면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야 하는데, 한전 변전소에 2031년까지 연계 불가랍니다. 마을에서 '미국 한전이 있으면 거기에 전기 팔고 싶다'는 하소연까지 나와요."
지난달 26일 국내 최대 규모 '마을 주민 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에서 만난 서천일 승화기술 이사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4m 높이의 태양광 패널 구조물을 설치해 농사도 짓고 발전도 하는 모델로, 농지 잠식이 없어 수용성이 높다. 이곳 주민은 고령층 28가구뿐인데, 협동조합을 통해 발전 수익을 주민들이 공유할 계획이라 노후용 '햇빛 연금'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문제는 기술도 있고 준비도 마쳤지만 정작 전기를 생산해도 '판매할 곳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력계통(전력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연결망)이 포화된 호남, 제주 지역 신규 발전소는 '계통 보강(2031년 12월 예정) 이후 변전소에 접속 가능하다'고 결정해서다. 국내 전력 산업은 사실상 한전 독점 체제라 한전 송변전 설비를 통하지 않고는 전기를 거래할 방법이 없다.
월평마을 발전소는 벼 추수를 마치고 이달 말 착공하면 내년 2월쯤 공사가 끝나지만 상업운전은 언제부터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서 이사는 "발전용량(최대가능생산용량) 3㎿(메가와트) 중 1㎿라도 먼저 연계를 요구 중"이라고 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강승범(58) 월평4리 이장은 "시골 인구는 점점 줄고 농사 인력도 사라지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정부가 태양광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력계통 문제에 태양광 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대규모 사업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는 과거 염전이던 땅에 태양광 패널 21만8,400장이 깔려 있다. 2022년 12월 완공 후 2년째 운영 중인 '임자태양광발전소' 이동욱 소장은 "염전 부지가 태양광 발전에도 좋은 입지"라고 말했다. 햇볕이 좋고, 바람도 적당해서다. 태양광 모듈이 너무 달궈지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데, 해안가에서 부는 바람이 모듈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 소장은 지난 2년간 한전으로부터 전력 생산을 멈추라는 '출력제어' 예고 통지를 5번 받았지만 운 좋게도 실제 정지까지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연간 발전량이 13만㎿h(메가와트시)이니, 발전용량인 99㎿는 다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는 "전남에 대규모 산업 시설이나 데이터센터가 있으면 모르지만 현재는 소비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에 보내려면 전력계통 증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본보 분석 결과 정부는 2036년까지 호남권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현 9.3GW(기가와트)에서 59GW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정작 수도권까지 이어진 전력망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은 4.5GW뿐이라 나머지는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전기'가 될 처지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 팀장은 "1차로 산업시설 이전 등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 분산이 필요하며, 현재 논의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만 나눌 게 아니라 더 세분화해 수도권과 여타 지역 요금 차이가 확실히 나게끔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력계통 증설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등 재생에너지 수용을 원활하게 할 기술적·운영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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