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서민들 높은 물가로 고전...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야, 바보야’

윤재준 2024. 11. 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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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룩클린의 플랫부시 마을 수퍼마켓 모습.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불법이민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물가가 2%대로 떨어지고 높았던 금리도 내리기 시작했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이어져왔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고용시장도 좋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올랐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후 이처럼 미국 경제는 높은 금리 속에서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공로를 인정받기는 커녕 서민들은 여전히 높은 물가에 불만이 커 인플레이션은 이번 대선 승자를 좌우할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다양한 인종과 남녀 유권자들을 취재한 결과 정치 보다 경제를 더 중요한 문제로 보고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 중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분석, 보도했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는 경제활력은 집권 정당 후보의 승리로 이어져왔다.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이번 대선을 가상한 컴퓨터모델에서도 양호한 경제 지표로 인해 해리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55.5%로 나왔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친민주당 성향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24일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고 있는 흑인과 백인, 아시아와 라틴계, 원주민들을 만나본 결과 생김새는 달라도 경제적으로 고전하고 있다며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던 최악의 물가상승을 겪으면서 정치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고 월급날 걱정을 더하고 있다.

NYT는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그가 재임하던 시절 삶이 더 좋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달걀값에서부터 자동차 대출 이자에 이르는 거의 모든 것이 비싸진 가운데 트럼프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로 믿고 있으며 정치전문가들은 전혀 놀라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1일자 보도에서 높은 물가에 지친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파쇼주의자라고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며 많은 부동표 유권자들에게 생활비, 특히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후보가 소속된 공화당은 이점을 인지하고 선거운동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도 지난 29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사용하면서 유명했던 구절인 “여러분은 4년전에 비해 더 삶이 좋아졌습니까?”라고 지지자들에게 물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 에릭 고든은 여러 정치 이슈도 있지만 유권자들은 어느 것보다 경제적 후생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급격히 오르면서 그해 9.1%까지 올랐으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13회 인상해야 했다.

지난 9월 물가는 2.4%까지 떨어지면서 연준의 목표인 2% 가까이 접근했다.

하지만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생필품 등 물가는 여전히 2019년에 비해 평균 약 25% 비싸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상승했다가 떨어졌지만 5년전에 비해 30% 더 비싸다.

급등한 주택임대료 또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다.

임대료는 2019년에 비해 평균 30% 비싸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고 임대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경합주인 조지아주의 대표적인 도시인 애틀랜타는 2019년 이후 주택임대료가 43% 급등해 미국 전체 도심 지역 평균의 상승률인 30%에 비해 더 상승폭이 컸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질로우에 따르면 애틀랜타의 한 동네의 경우 같은 기간에 임대료가 70%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애틀랜타에서 재향군인 출신의 한 시민을 인터뷰한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원망하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해리스에게 지지표를 던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 후보 중 누가 더 경제를 더 잘 이끌 것이냐는 질문에서 열세인 해리스 후보가 다소 상승했지만 높은 물가는 그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민주와 공화 양당을 모두 불신하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여론 조사에서 어느 후보가 유권자 개인의 재정 상태를 개선시킬 것이냐는 질문에서 트럼프가 해리스에 45% 대 37%로 더 높게 나왔다.

트럼프는 미국의 원유 생산을 대폭 늘려 유가를 끌어내리고 정부 지출 삭감과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수입관세 부과를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놨다.

반면 해리스는 의약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식료품 업체들의 바가지 가격 단속, 주택 추가 건설로 물가를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 해리스 후보에게 힘을 보탤 것이라며 물가와 실업률을 포함시킨 가상 대결에서 선거인단수에서 281대 257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버나드 야로스는 경합주의 무소속 유권자들이 여전히 2021~22년 높은 물가로 인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297 대 241로 승리할 것이라고 연구노트에서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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