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가의 주택정책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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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금융 교육' 기사를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한 싱크탱크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며 사회 곳곳에서 불평등이 고착화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국 사회 젊은 세대가 집을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얻는 것조차 힘들어진 세태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영국 사회는 과거에 대규모로 건설한 공공임대 주택을 대처 총리 시대에 민간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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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 팀퍼리 지음 김지은 옮김
국토연구원 펴냄
지난해 이맘때 ‘금융 교육’ 기사를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한 싱크탱크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며 사회 곳곳에서 불평등이 고착화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미소와 함께 음흉한(?) 대답이 돌아왔다. “웰컴 투 아워 클럽!”
사회제도를 다룰 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선진국은 어떻다. 그러니 우리도 이런 걸 도입하자’는 담론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선진국의 기준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먼저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들었고, 그로 인해 기존 고성장 시대에 만들어둔 제도가 흔들리는 국가’를 찾아보기에 영국은 꽤 괜찮은 참고 사례다.
〈임대 세대〉는 영국 사회의 여러 모순 가운데 주택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국 사회 젊은 세대가 집을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얻는 것조차 힘들어진 세태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읽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사회마다 주택정책의 역사적 궤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영국 사회는 과거에 대규모로 건설한 공공임대 주택을 대처 총리 시대에 민간에 팔았다. 그 여파로 주택으로 인한 자산 격차가 심해졌다. 반대로 한국은 고도성장 단계에서 국가가 집을 제공할 만한 자본력이 모자라 결국 민간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전세제도라는 자본 확충 시스템과 결합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시작점도, 성장 과정에서 선택한 정책의 성격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과 자산시장이 고착화되었을 때 임대 외에는 방법이 없는 세대가 어떤 불평등에 직면하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혹자는 이 책을 ‘결국 공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물론 지불 가능한(affordable) 집을 넉넉하게 공급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공급 만능론’ 너머에 있는, 성장이 멈춘 사회의 주택정책과 시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돌이켜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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