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노스캐롤라이나, 트럼프는 미시간 이기면 승산”
美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본 대선 판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최대 승부처… 선거인단 10명 위스콘신도 변수
‘샤이 트럼프’ ‘히든 해리스’ 영향 작아… 사전투표 유권자 6000만명 넘어
5일 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막판까지 전국 지지율은 물론이고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7개 경합주’ 지지율에서 1%포인트 내외의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그를 지지하는 코미디언의 라틴계 비하 발언과 여성 유권자의 거부감 등으로 해리스 후보가 최근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에서 선전하면서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는 현지 유명 여론조사기관인 에머슨대 여론조사센터의 맷 타글리아 선임국장과 시그널의 앨릭스 타라시오 정치여론조사국장, 딥러닝 기법을 활용한 대선 예측 모델을 구축한 스플릿티켓의 라크샤 제인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선 판세와 남은 변수를 짚어봤다.
● “트럼프, 경합주 지지율 정체”
반면 제인 CEO는 “초박빙 대선에서 승자를 예측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나 다름없다”면서도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해리스 후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탔다는 분석이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며 “그의 경합주 지지율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글리아 국장은 “모든 경합주가 사실상 동률”이라며 “두 후보 중 한 명이 작은 득표 차로 7개 경합주를 모두 휩쓰는 ‘근소한 압승(narrow landslide)’이 절대적으로 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 “미시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 주목”
제인 CEO는 펜실베이니아주 다음으로 중요한 주를 한때 해리스 후보가 앞섰지만 최근 트럼프 후보가 선전 중인 위스콘신주(선거인단 10명)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당선으로 가는 길이 매우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글리아 국장은 “개표가 늦게 진행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승패가 가려지기 전 당선 윤곽을 보여줄 지표가 있다”며 “해리스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보다 먼저 개표가 끝날 것으로 보이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이긴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후보가 위스콘신주, 미시간주에서 앞선다면 그가 재선될 것이란 강력한 신호”라고 했다.
타라시오 국장도 “두 후보가 접전 중인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가 중요하다”며 “해리스 후보가 여성 유권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겨도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중 한 곳만 트럼프 후보에게 빼앗기면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남성 투표율도 관건
제인 CEO는 여성 유권자가 중시하는 낙태권 의제가 “미국 사회 분열의 핵심 축이 됐다”며 “일반적으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려면 남성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타라시오 국장은 “여성은 연령, 소득,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해리스를 지지한다”며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고학력 여성일수록 해리스 후보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지지층이 선거 당일 투표장에 대거 나타나는 이른바 ‘샤이(shy) 트럼프’나 ‘히든(hidden) 해리스’ 현상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타라시오 국장은 “더 이상 ‘샤이 트럼프’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도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유권자층인 만큼 그의 여성 지지율이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같은 날 기준 6000만 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전했다. 입소스, CNN, NYT 등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사이에선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를 19∼2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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