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8형’ 보다 뭉툭해진 탄도부, 다탄두 탑재 포석인 듯

정영교.이근평.박현주 2024. 11. 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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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화성-19형 시험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장을 찾아 현지 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화성-19형’을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 정점 고도 7687.5㎞로 상승해 거리 1001.2㎞를 5156초(85분 56초)간 비행한 후 동해 공해상 예정목표 수역에 탄착했다. 전략 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사 과정을 상세히 전하면서 관련 사진 22장도 공개했다. 사진 판독 결과 이번에 발사된 ICBM은 본체 크기가 커지고, 탄두 무게를 증량한 신형 미사일로 분석됐다.

신문은 “당 대회가 제시한 국가 핵 무력 건설 계획에 따라 ‘화성포-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화성포-19형’”이라며 “공화국을 방어하고 침략 행위들을 철저히 억제하고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데 제1의 핵심 주력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위협과 도전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현대식 전략 핵무기, 공격용 핵무기를 강화하고 핵 보복 공격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북한)는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력 강화를 위한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언한다”고 강조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최종 완결판’이라고 주장하며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의 발사 과정을 1일 22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도했다. [뉴스1]
국내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9형을 발사하기 전, ICBM 재진입 기술 완성을 위해 정상 각(30~45도) 발사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전과 같은 고각 발사를 택했다. 고각 발사의 경우 해당 미사일의 사거리를 최고 고도의 2~3배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정상 각도 발사 시 1만5000㎞ 이상 비행이 가능해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화성-19형을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추가 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관영 매체를 통해 12축(24륜)으로 추정되는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했는데, 북한 매체들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11축(22륜) TEL에서 발사됐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최종 완결판은) 그들의 주장이고, 실제로 완결은 정상 각도 발사 등의 테스트가 있어야 한다”라며 “북한이 12축을 공개했다가 문제가 있어서 11축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고, 11축인데 길이를 더 늘여 개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화성-18형’ 개발 당시에도 4월과 7월 각각 시험발사를 진행한 이후 12월에 ‘발사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 발사를 통해 기술 보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와 관련, 미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하는 한편 핵 능력 고도화 성과를 과시해 러시아 파병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실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신형 ICBM 발사에서 성공을 이룩함으로써 핵투발수단 개발에서 우리가 확보한 패권적 지위가 절대 불가역이라는 것을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되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또 “(이번 발사는)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부합되는 군사활동이며 또한 우리 국가의 전략 공격력을 고도화하는데 필수적 공정이다. 핵 무력 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화성-19형의 화염의 형태나 색상으로 미루어 볼 때 신속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영근 전 항공대 교수는 “사진을 보면 화염 형상에서 고체연료에 든 알루미늄 파우더가 탈 때 보이는 하얀색이 나타난다”라며 “북한의 액체연료는 보통 하이드라진 계열이라 연소 시 진한 주홍색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화성-18형’에 비해 둥글고 뭉툭해진 탄두부 모양에도 주목했다.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시키기 위해 탄두부의 공간과 길이를 늘였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신형 화성-19형은 러시아의 차세대 다탄두 ICBM인 RS-28 ‘사르맛’의 탄두부와 유사하다”며 “탄두 탑재 수량을 늘리기 위해 뭉툭한 디자인으로 형상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미 공군은 1일 양국 무인기를 동원해 연합 실사격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와 미 공군의 무인공격기 MQ-9 ‘리퍼’가 참가해 가상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군 소식통은 “이번 훈련은 당초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북한의 ICBM 발사 도발 등 최근 안보 상황을 고려해 대북 경고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화성-19형 발사에 대응해 정부는 1일 대북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전날 고체연료 미사일에 쓰이는 품목에 대한 맞춤형 수출 통제를 꺼낸 데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제어하기 위한 ‘연쇄 조치’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미사일 개발과 외화벌이 등에 관여한 북한인 11명과 기관 4곳을 겨냥한 독자 제재를 오는 6일 자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신규 제재 대상은 북한산 무기 및 무기 관련 품목 수출에 관여한 주모잠비크 경제무역 대표부 전 대표 최광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에 관여한 조선민족보험총회사 소속이었던 박춘산·서동명·김일수·최춘식·강성삼 등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선민족보험총회사는 북한의 국영 금융·보험 회사로 조선노동당 소속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과 연계돼 있다.

한·미·일 3국도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이 감행한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과 불안정 조성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의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영교·이근평·박현주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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