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임기 도중 발생…윤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 파장이 거세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사건 판례가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기소했던 사건이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대통령직인수법 등은 ‘대통령 등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만 ‘당선인의 선거 개입’에 대해선 별도의 조항이 없다. 현직 대통령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하루 차이로 신분이 다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2월 열린우리당 지지 선언으로 탄핵소추됐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 기각됐다.
다만 당선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당선인 신분이라도 권력이 따르는 만큼 책임이 면제되긴 어렵다(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당선인은 공무원이 아닌 만큼 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공안부 부장검사)” 등으로 해석이 엇갈렸다. 김 전 의원의 공천 확정일이자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의 행적이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수도권 검사장은 “5월 10일에도 관련 행위가 이어졌다면 당선인 때 행위들과 한데 묶어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공천 ‘개입’으로 볼 수 있나=“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는 발언이 ‘공천 개입’에 해당하는지도 쟁점 사항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 당시 법원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단순 의견 개진’(합법)과 ‘능동적 의견 개진’(불법)으로 구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통상적·합법적 정당 활동으로 단순히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비박 배제, 친박 당선이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계획적·능동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위법으로 판단했다. 요컨대 ‘뚜렷한 목적’ ‘계획적·능동적 행위’ ‘선거 영향 여부’ 등이 개입 판단의 기준이었던 셈이다.
③다른 개입 정황 더 있나=녹취록 말미의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부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재경지검 간부는 “여당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이 다음날 무사히 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른 개입 정황이 있었는지 등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의 거짓 해명이 드러난 점도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대선 경선 막바지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임 전날에도 통화한 사실이 공개된 지난달 31일엔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녹취록 첫머리에 있는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부분 역시 대통령실과 윤상현 당시 공관위원장 모두 “공천 관련 보고는 없었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정민·양수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