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86%가 부모…‘또 다른 정인이’ 지금도 울고 있다
아동 인권 침해
특히 최근엔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아동 학대 통계에서도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전체의 85.9%에 달했다. 4년 전 정인이 사건의 가해자도 입양 가정의 부모였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2021년 아동 학대자 처벌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가정 내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아동 학대는 오히려 늘어만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2월 인천 초등생 사망 사건 때도 아이는 친부모가 이혼한 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친모와의 만남도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년간 친부와 계모에게 학대를 받아야만 했다.
정부도 논란이 커지자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를 도입하고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부모와 아동을 분리 조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도 부족해 전담 공무원 한 명이 아동 학대 의심 사례를 최대 80건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지자체 전담 공무원은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는 증거 확보가 훨씬 더 어려운데, 맡고 있는 건수가 워낙 많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외상이 없는 정서적 학대가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조영희 이영심리상담연구소장은 “아동 상담을 하다 보면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인데 내면에서 심각한 학대 징후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잖다”며 “가정 내에서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은 고통을 밖으로 호소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정서적으로 심하게 손상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를 중대 범죄로 다루는 것도 신체적 학대는 물론 정서적 아동 학대까지 근절해야 ‘폭력이 폭력을 낳는 학대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란 설명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정인이법 통과 이후 아동 학대 대응이 강화됐지만 가정 내 아동 학대를 찾아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건강·신수민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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