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또… 울산이 ‘넘버 1′
프로 축구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울산HD는 지난 7월 돌연 선장을 잃었다.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홍명보(55) 당시 감독이 팀을 떠나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정당성 논란과 별개로 울산도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홍 감독의 대표팀 부임이 확정된 후였던 7월 10일 광주전에서 패배했고, 그가 떠난 후 감독 대행 체제에서 1승 2패에 그쳤다. 한때 순위도 4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울산은 기어코 3연패(連覇) 달성에 성공했다.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K리그1 36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전반 35분 루빅손과 후반 8분 주민규가 나란히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후반 14분 강원 이상헌에게 추격 골을 허용했으나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냈다. 울산은 승점 68(20승8무8패)을 쌓으면서 2위 강원(승점 61)과의 차이를 7점으로 벌려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위에 올랐다.
울산은 홍 감독이 떠난 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판곤(5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은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선수들에게 “너희는 왕이야. 왕권에 도전하는 애들한테는 무자비해야 해”라고 강조하며 각성을 촉구했다. 전술적으로는 홍 감독 체제에서 적극 활용했던 측면 공격이 타 팀 수비들에게 공략당하자 가운데 공간 침투를 늘리는 변화를 줬다. 김 감독 부임 후 울산은 8승 2무 1패로 승승장구했다. 김 감독은 “전임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놨다. 선수들 성품과 직업 정신도 좋았다”며 “선수들이 내 경기 방식을 처음엔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흥미를 느끼고 따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울산의 성공 비결은 탄탄한 수비였다. 이날까지 36경기에서 38실점. 리그 최소 실점 기록이다. 울산의 포백 라인은 모두 전현직 국가대표. 베테랑 김영권(34)과 김기희(35)가 안정감 있는 중앙 수비 라인을 구축했고, 그 뒤를 한국을 대표하는 조현우(33)가 지켰다. 조현우는 리그 전(全) 경기에 출전하면서 14차례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했다. 올 시즌 K리그1 MVP(최우수 선수) 후보로도 거론된다. 김 감독은 “조현우가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그의 선방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모든 경기에서 잘 막아줬다. 팀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올해 우승하면 MVP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며 ”좋은 결과 나온 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부진하던 간판 스트라이커 주민규(34)도 마지막 순간 부활하며 힘을 보탰다. 그는 7월 13일 서울전 후 100일 넘는 골 침묵에 빠졌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로 그를 기용했고, 지난달 27일 포항전에서 골맛을 보더니 강원전에서 연속 경기 득점을 올렸다.
울산의 3연패는 K리그 역사상 네 번째 위업이다. 성남일화가 1993~1995년과 2001~2003년에 두 차례 달성했고, 전북은 2017~2021년에 5연패를 이뤘다. 이번 우승은 울산의 통산 다섯 번째 우승. ‘동해안 라이벌’ 포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4위에 올랐다. 전북(9회)이 가장 많고, 성남(7회)과 FC서울(6회)이 뒤를 잇는다. 김판곤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 홍명보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같은 팀에서 선수·감독으로 우승한 건 최용수(서울), 김상식(전북)에 이어 세 번째다. 김판곤 감독은 선수 시절 울산 유니폼을 입고 1996년 정규리그 우승을 한 바 있다. 그는 “큰 영광이다. 26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우승 기회가 없었는데 나를 불러준 울산 구단에 감사하다”며 “3연속 우승을 바라보는 팀에 올 때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선수들이 감독 말을 신뢰하고 따라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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