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조병규·이석용, 행장 연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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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장 연임 기상도
연임이냐, 교체냐. 금융업계의 관심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일제히 끝나기 때문이다. 5대 행장의 임기 만료가 이렇게 한꺼번에 몰린 건 이례적이다. 행장의 임기는 규정이 따로 없지만 통상 2년이다. 여기에 1년씩 한두 차례 연임하는 게 보통이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행장 중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 연말 유일하게 3연임에 도전한다. 나머지 4명의 행장은 이번이 첫 연임 도전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5대 은행 모두 실적이 나쁘지 않은 만큼 건전성 관리나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이슈가 연임과 교체를 결정 지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행장은 연이은 금융사고로 올 한 해 홍역을 치렀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따른 책임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공개 거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 행장의 연임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영진 책임론을 거론한 이복현 원장을 두고 월권 논란이 일면서 부정적 여론은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2026년 3월까지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에 맞춰 연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근 행장도 3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2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3조26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실적도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관련 5대 은행 중 국민은행의 판매 규모(8조원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아직 피해자와 손실배상 합의(배상동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홍콩 ELS와 관련해 배상동의가 되지 않은 것이 전체 2만2000여 건에 달하는데 이 중 국민은행의 몫이 1만2000건”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에만 총 1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나, 최근 불거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 부실 논란 등도 이 행장의 3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무난한 연임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지만, 취임 첫해 3조67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3조 클럽’ 자리를 지켜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을 넘겼다. 이승열 행장도 취임 첫해인 지난해 최대 순이익(3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지난해보다 11.1% 증가한 1조299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승열 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서 자산관리·연금 사업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에서는 올해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두 행장은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역량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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