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의 보라가 러시아 소설을 읽은 이유는

곽아람 기자 2024. 11. 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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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문학

김진영 지음|성균관대학교출판부|596쪽|3만6000원

노란 표지의 막심 고리키 소설 ‘어머니’는 1990년대 초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책이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인 저자 설명에 기대자면, 이는 ‘1980년대 운동권 문화의 산물’이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1949~1951년 북한에서 번역 출간됐고 남한에서는 1985년 운동권 출판사 ‘석탑’에서 번역돼 나왔다. 운동권 다수가 공장에 위장 전입하던 시절, 소설은 공장 지대 현실을 실감 나게 전해 주었고, 사랑과 희생의 표상인 ‘어머니’를 불러냄으로써 민중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의 언니인 서울대생 보라가 이불 속에서 몰래 N.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읽는 장면도 운동권 문화의 맥락에서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최인훈 소설 ‘광장’을 키워드 삼아 러시아 문학과 한국 사회의 관계를 논하는 책. 연구자로서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면서 대중의 눈높이도 배려한 노력이 돋보인다. “최남선이 민족 계몽의 목적으로 톨스토이 우화를 처음 소개한 1909년 시점부터 러시아 문학은 광장에 속한 문학이었다. 개인을 넘어 시대가 읽고 집단이 감동한 문학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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