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전단 필요하지만, 내부 분열 피하는 방식이어야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려던 납북자가족 단체의 계획이 접경 지역 주민과 경기도의 저지로 무산됐다. 북한과 인접한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이 트랙터 20대를 몰고 와 임진각 입구를 막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최근 북한이 대북 전단에 대응해 벌이고 있는 대남 확성기 방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북한의 소음 방송 때문에 못 살겠다”고 했다. 경기도도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도민 안전 위협을 우려해 최근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 3개 시군을 재난안전법상 ‘위험 구역’으로 설정했고, 이에 근거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고 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해당 지역 주민들과 경기도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북이 위협 발언을 할 때마다 풍선을 날리려는 단체 회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2014년엔 북이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사격을 가한 일도 있었다. 북은 지난 5월부터 대북 전단 등에 대응해 오물 풍선을 날리고 접경지 지역 주민들을 향해 소음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장에 접경지 지역 주민이 나와 “소음으로 일상이 무너졌다” “도와 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일도 있었다.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안과 불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부와 차단돼 노예처럼 사는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체제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우리의 의무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대법원도 지난해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정권 실상을 알리는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위협이 두려워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이번에 취소된 행사는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면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만 키울 뿐이다.
현재 대북 전단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여정 하명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지만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는 이유로 작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 경기도가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지자체 차원의 조치일 뿐이다. 대북 전단을 날리는 사람들은 북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효과를 거둘 방법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북 대응을 봐가며 시기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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