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연주, 뭐가 다르냐 하면

김효은 2024. 11.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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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김호정 지음
중앙북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음악은 왜 좋을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는 왜 전설이 됐을까? 클래식 입문자에게는 쉽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건데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뭔가 다른데 말로 설명하자니 참 어렵다면…. 괜찮다. 이 책이 그 비밀을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은 총 16명의 음악가를 다룬다. 백건우·정경화·조수미처럼 오랫동안 한국인의 자부심이 되어준 거장들부터, 손열음·조성진·임윤찬처럼 K-클래식 뉴웨이브의 얼굴들, 호로비츠·마리아 칼라스·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별이 된 전설들이 등장한다.

2007년부터 클래식 전문 기자로 일한 저자는 야심 찬 기획을 시작하며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음악가들이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음악으로 코딩한다면, 저는 디코딩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의 음악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하나하나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하나의 돌출된 음이 음악 전체를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지, 뜻밖의 쉼표가 얼마나 큰 감동을 가져다주는지 살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김성룡 기자
임윤찬을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그를 ‘건반 위의 피카소’로 명명한다. 과감하게 해체하고, 강렬하게 조합한다는 것. 저자는 “많은 연주자가 주 선율에 힘을 준다면, 임윤찬은 잘 들리지 않는 왼손 반주나 화음의 아랫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낯선 음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오는데, 그 충격과 새로움이 청자를 전율케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임윤찬의 연주를 오선지 악보로 시각화해서 건반 위의 피카소임을 증명한다.

음악가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알려준다. 예컨대 언제나 정교한 연주자인 피에르 로랑 에마르와 틀린 음도 개의치 않고 전진하는 임윤찬의 베토벤 영웅 변주곡 13번째 연주를 나란히 들어본다. 그러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에마르의 정갈한 열정과 임윤찬의 휘몰아치는 격정을 비교할 수 있다. 음악에는 정답이 없고, 자기만의 해석이 있는 연주자가 많아질수록 청자의 기쁨은 배가 된다는 것도 몸소 알게 된다.

소리의 빛깔이나 질감을 읽어내는 대목도 흥미롭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음악은 왜 해상도가 높은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소리엔 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는지, 성악가 조수미가 깨끗한 물처럼 노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 가능한 해답을 제시한다. 음악을 언어화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은 음악가들의 삶과 철학을 경유해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저자가 피아노 전공자인 것도 한몫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 대부분을 인터뷰해 온 저자의 내공과 성실함이 그걸 가능케 했을 터다. 참, 임윤찬 단독 인터뷰도 실려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이 책이 추천하는 명연주를 차례대로 음미하며, 음악이 주는 축복과 감동을 온전히 느껴보자. 중앙일보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하며 큰 인기를 누린 ‘김호정의 더 클래식’을 새롭게 구성해 책으로 엮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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